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작가 하성란을 좋아한다. 그녀의 작품을 읽은 건 얼마전이고, 읽은 작품도 변변히 없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몽환적임,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글. 부랴부랴 아직 읽지 못했던 작품들을 찿아 읽기 시작했다. 대단했다. 새삼스럽게 저런 말이 튀어나왔다.

 "아, 진정 멋진 작가가 우리 곁에 있었구나"

수록된 11편의 단편은 어느 하나 실망스러운게 없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재의 다양성이다. 화성 시랜드 화재참사를 연상시키는 <별 모양의 얼룩>, 우순경 총기난사사건을 연상시키는 <파리>, 그림동화 '푸른수염'의 설정을 차용한 표제작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등, 그간 국내소설의 한계라고 생각해왔던 '소재의 한정성 내지 유사성'을 이미 하성란은 뛰어 넘었던 것이다.

또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아이'들이 소설집 전체에 중요하게 등장한다는 것이다. <별 모양의 얼룩> <저 푸른 초원 위에> <개망초>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추억의 대상인 아이, 사라져 버린 성장이 멈춘 아이, '저수지속에 잠겨 있는' 아이등... 소설 속 아이는 장난꾸러기도 말썽쟁이도 아니다. 왠지 쓸쓸하고, 가엾은 존재이다. (저런 느낌은 얼마전 읽었던 <그림자 아이>에서도 마찬가지)

하성란은 '아이'에게 뭔가 미안함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소설속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은, 작가가 아닌 한 아이의 엄마인 작가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일일이 줄거리를 늘어놓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 말은 하겠다. 정말 훌륭한 책이다. 일본소설따위는 비교가 안된다. 꼭 읽어보시길.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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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9-3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엄청난 추천사군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봐야겠어요. :D

쥬베이 2007-10-01 07:36   좋아요 0 | URL
읽으시고 실망하시면 어쩌나 걱정이되는데요^^ 그래도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