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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 스포일러 있음.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시간과 사람 시리즈' 같은 거창한 말은 잠시 치워보자. <리셋>은 '유년시절 추억에 대한 향수'를 되새김하고 있다. 비록 전쟁으로 피폐해진 학창시절이지만, 교실대신 군수공장으로 내몰린 추억이지만, 돌이키면 아득한 추억의 한 순간. 지금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추억 속에서 사랑은 그 싹을 여전히 숨기고 있었다.
마스미의 유년기가 주된 내용인 volume.1은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내지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비슷하다. 비록 처해있던 상황은 전부 다르지만 유년시절 추억을 돌이킨다는 관점에서 유사한 것이다. 난 전쟁의 가해국민이 어떻게 전쟁에 동원되고, 시국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알게 됐다. 전쟁을 일으키고 승리에 환호하던 그들에 대한 비난은 삼가겠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volume.1의 흐름은 volume.2에서 돌변한다. 시간이 흘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화자까지 바뀌고, 스토리가 복잡하게 엉킨다. 일단 화자는 병원에 입원중인 '아빠'다. 그는 어린 시절 일기를 꺼내보며 옛 시절을 추억한다. 무라카미란 아이의 이야기는 아빠가 추억하는 이야기다. 이런 추억의 흐름은 volume.1의 회고적 분위기와 일치하며, '저자가 애초에 의도했던 바가 '옛 추억의 회고' 아닐까'란 의문을 품게 했다. '시간과 사람'이란 철학적 접근은 하나의 부산물에 불과하리란 것이다. 아무튼 '어른 무라카미'가 돌아보는 어린 시절 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웠고, 인상적이었다.
한번 정리해 보자. '마스미와 슈이치의 순수한 사랑' -> '아빠'(어른 무라카미)는 유년시절을 추억한다' -> 어린 무라카미는 마스미(성장한)를 만난다. 그런데 무라카미는 슈이치의 환생이다. / 여기까지는 내가 이해한 부분이다. 하지만 volume.3 끝부분에서 '아빠'와 마스미의 관계가 부각되는 장면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의 부인 혹은 딸이 마스미의 환생이란 말인가?
긴 시간을 넘나드는 사랑과 관계...철학적이고 종교적이다. 불교의 전생설이나 윤회사상을 근저에 두고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공리 주연의 '진용'이란 영화도 떠올랐음) 인상적이다. '시간과 사람'이라는 대주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냈다고 본다.
* 난 책을 읽을 때 뒤에 실린 저자후기,역자후기,해설등을 먼저 읽는다. 이는 굳건한 독서습관인데, <리셋>엔 아무런 후기나 해설이 실려 있지 않아 아쉬웠다.
* 부족한 각주는 내내 아쉬웠다. 예를 들어 언급되는 일본TV 프로그램이나 지명(아시야가 현재 행정구역으로 어디인지), '쇼와 몇 년'이 몇 년도 인지등등 뭐 직접 찾아봐도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