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못 살인자 밀리언셀러 클럽 5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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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재밌다. 일단 이 말부터 하고 시작해야 겠다.

<쇠못살인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공안소설'이다. 주목할 것은 저자가 네델란드 출신 서양인이란 점인데, 그는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동양의 문화에 심취했으며 틈틈이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한다. 읽는내내 서양인이 썼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건, 바로 저런 이유때문이리라. '서양인이 쓴 중국배경의 공안소설' 뭔가 끌리지 않는가?

<쇠못살인자>는 명 판관 '디런지에(이하 '디 공公)'의 대활약상이 핵심이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은 복잡하게 엉켜 미궁에 빠지지만, 결국 디 공이 깔끔하게 해결한다는 그런 스토리. 왠지 좀 익숙한 스토리다. 판관 포청천. 그렇다. 한창 흥미롭게 봤던 판관 포청천이 생각났다. 홍 수형리, 타오간, 마중, 차오타이등 수하들은 전조, 공손선생, 마한, 장룡등과 매치되고, 디 공은 포청천^^

하지만, 주목할 것은 '디 공'의 이미지다. 그는 '이상적인 완벽성이 제거'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가정사 때문에 신경쓰기도 하고(p.60), 쿠오부인의 아름다움을 몰래 연모하기도 하며(p.107), 이유없이 무덤을 파헤쳤다고 해서, 백성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고 사임까지 강요당한다.(p.218) 항상 근엄하고 완벽하기만 했던 포청천과는 뭔가 다른 것이다. 이 점은 디 공에 친밀감을 가지게 하며,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초반 부각되는 사건은 '랴오리엔팡 소저 실종사건'과 '골동품상 부인 변사사건'이다. 골동품상 판펑의 부인이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고, 누이의 죽음을 확인한 예판, 예타이 형제가 판펑을 살인혐의로 고소한 것(p.23)이다. 판펑은 곧 체포되지만 무죄를 주장하고…'디 공'은 모순된 정황에서 의문을 품는다.

속속 밝혀지는 사실은 '예타이'에게 강한 의혹을 남기는데, 그는 도박꾼이자 행실도 나쁜 망나니였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최고의 무예를 자랑하는 란 사범(p.119)과 홍 수형리마저 위험에 빠진다. (스포일러 때문에 살짝만) 충격적 결말로 위 두사건은 일단락 되지만, 란 사범 관련사건은 용의자 '루 부인'의 저항과, 증거부족으로 답보상태에 머물고, 설상가상으로 '디 공'은 무덤을 함부로 파헤쳤다는 이유로 강한 비난과 사임압력을 받게 된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밝혀질 것인가?

중요한 단서로 부각되는 '칠반七盤 놀이'(p.62이하)는 인상적이었다. 어쩜 저리도 다양한 도형을 만들어 내는지…또한 쿠오 검시관과 쿠오부인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디 공'마저 빠져버린 단아하고 아름다운 쿠오부인, 그녀의 사려깊음, 성실한 일처리…사랑스럽다. 하지만 그녀의 고뇌는 과연 누가 알았던가?

제시된 결말은 놀라웠다. 상당한 반전이 있고, 충격적이다. 반세기전 작품임에도 오늘날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아, 이런 소설도 있다니…정말 흥미진진하다. 기존 추리소설에 식상한 독자들이여, 중국을 배경으로 한 색다른 추리소설이 여기 있다. 당신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쇠못살인자> 최고!
 


* 번역이 생동감 넘친다. 번역하기 힘든 텍스트 같은데…

* 스포일러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레 썼다. 사건과 추론과정을 죄다 밝혀버리고 낱낱히 쓰는것도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그건 아닌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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