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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평점 :
<테메레르2>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테메레르를 되찿으려는 중국외교단과 반발하는 로렌스와 테메레르. '2부'는 중국으로 향하는 대항해. '3부'는 중국에 도착한 로렌스와 테메레르. 한눈에 스케일이 장대하단 것을 알 수 있다. 대서양과 인도양을 가로지르는 대항해와 동서양을 넘나드는 여정. 흥미진진하다. 처음 테메레르가 본래 중국용이란 사실에 약간 당황했다. 로렌스와 함께 영국군으로 대활약하는 모습에 잊고 있었던 것이다. '룽티엔샹'이라니…하하^^
프랑스 황제(나폴레옹)에게 보낸 선물이었던 테메레르가 영국 공군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중국은 '용싱왕자'를 대표로 하는 외교단을 파견한다. 테메레르를 중국으로 데려 가겠다는 것. 영국은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기로 하고, 이에 로렌스는 수차례 명령에 불복하며 강하게 반발한다. 영국 외교대표자 '바함 경'이 명령불복종을 이유로 로렌스를 체포하려 하자, 테메레르는 로렌스를 태우고 도주한다.(p.46)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1부는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립된다. 여기서 악은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떼어 놓고 테메레르를 중국으로 돌려보내려는 중국 용싱 왕자와 바함 경, 선은 테메레르를 지키려는 로렌스와 제인이다. 이런 이분법적 대립은 이야기에 한층 몰입하게 한다. 악의 횡포를 피해 선을 지켜낸다는 이상속에서 테메레르, 로렌스의 우정이 한층 빛을 발하는 것이다.
계속되는 갈등의 중재안으로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함께 중국으로 향하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대항해는 시작된다. 얼리전스호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의 흐름을 몇가지로 나눠보면, 프랑스의 기습으로 인한 전투(p.139), 용싱왕자를 포함한 중국외교단과의 관계설정 및 이국문화, 테메레르를 회유하는 용싱 왕자, 해군과 공군간에 극한 대립(p.215)등이다. 저자는 이야기의 끈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보통 능력이 아니다.
놀라운 건, 나오미 노빅이 군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군내역학관계, 사병들의 심리, 갈등등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항해내내 해군과 공군은 갈등하고, 이는 레이놀즈와 블라이스의 난투극으로까지 확대된다.(p.214이하) 갈등의 근저에는 주어진 임무가 불균형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나오미 노빅의 서술은 보자. '해군들은 자기네들이 바삐 일을 하는 동안 공군들이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다는 데에 큰 불만을 갖고 있었고, 테메레르에 대한 두려움까지 겹쳐 공군들에게 깊은 반감을 품고 있었다.'(p.215) 저 당시 용들은 프랑스 기습에 맞서 싸운뒤라 쉬고 있었고, 승무원들 역시 별다른 할 일없이 보냈다. 반면 해군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분주하게 보내고 있었다. 저런 상황에서 갈등은 당연하다. 또한 중국외교단의 동인도회사 관련 발언에 격분한 병사들을 달래는 모습(p.129이하) 역시 사실적이다. 나오미 노빅은 군내갈등관계 및 역학관계를 명확히 짚어내고 있다.
용싱 왕자는 항해내내 테메레르를 회유한다. 용이 쓴 시를 읖어주기도 하고, 중국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중국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테메레르 역시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지라 중국문화에 큰 관심을 가진다. 알 수 없는 질투심과 걱정에 사로잡히는 로렌스. 이 부분은 '연인들의 삼각관계'가 떠올랐다. 깊은 애정을 공유한 아름다운 연인(테메레르, 로렌스), 그 사이에 뛰어들어 다양한 물량공세로 사랑을 쟁취하려는 쾌남아(용싱 왕자), 쾌남아의 저돌적인 공세에 흔들리는 미모의 여인(테메레르). 어울리지 않는가?^^ 아무 꺼리낌없이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는 테메레르의 모습은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아가씨의 모습.
긴 여정 끝에 중국에 도착한 테메레르 일행. 중국엔 영국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많은 용들이 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자유롭게…충격받는 로렌스. 테메레르는 어머니를 만나고(p.414), 쌍둥이 형제 '룽티엔추안'을 만난다.(p.496) 영국에선 홀로 오로지 로렌스만 의지했던 테메레르, 중국엔 어머니도 아버지도 형제도 있다. 글 공부를 하며 과거시험도 치르는 중국 용들에게 글쓰기를 배우고 암컷과 시간가는 줄 모르게 연애도 하는(p.503) 테메레르…로렌스는 심한 갈등을 느낀다. 열악한 영국에 비해 중국은 용들의 천국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갑자기 극적으로 흐르는데, 왕위를 노리던 용싱 왕자가 로렌스를 암살하려 했던 것이다. 이어 <테메레르2> 최고의 명장면, 리엔(용싱의 알비노 용)과 테메레르의 격투(p.529이하)가 벌어진다. 어찌나 흥미로운지…이 부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꼭 챙겨 보시길. 리엔은 비록 테메레르와 싸우긴 하지만, 풍기는 쓸쓸한 분위기나 충직함은 마음에 들었다.
한가지 문제가 남았다. 테메레르는 어머니, 형제가 있고(거기다 아름다운 연인까지) 자유로운 생활이 보장된 중국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로렌스와 영국으로 돌아갈지. 처음 애 태우던 로렌스는 중국에서 용의 안정된 생활을 보고 테메레르의 선택에 따라 함께 중국에 남는 것까지 생각한다. 부모님과 연인, 그리고 로렌스…과연 테메레르는 어떤 결정을 할까? 테메레르, 룽띠엔샹, 어떤 선택을 할까?
<테메레르2> 1부보다는 2부가, 2부보다는 3부가 흥미로웠다. 책장을 넘길수록 흥미진진해 지는 놀라움. 테메레르 일행의 중국도착 이후는 정말 천천히 읽었다. 암컷 용 '룽친메이'와 테이트를 즐기는 테메레르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어머니와 쌍둥이 형제를 만난 테메레르의 심정을 헤아려 보기도 했다. 반대로 그런 테메레르를 보는 로렌스의 심정도…그리고 리엔과 테메레르의 격투장면은 반복해 읽었다. 위에도 말했지만 <테메레르2>의 백미.
마지막 장을 넘기고 참 아쉬웠다. 힘겨운 고심 끝에 나온 테메레르의 선택도…(테메레르의 본심은 그게 아닌것 같은데) 3권을 언제 기다리나 하는 생각도…^^ <테메레르2>,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오미 노빅이 펼쳐내는 환상적인 지적유희,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