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밖에 들리지 않아
오츠 이치 지음, 서승연 옮김 / 나무와숲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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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 밖에 들리지 않아>는 'Calling You' '상처' '꽃의 노래' 세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으로, 저자가 대학 연구실에 몸담고 있을때 쓴 것이라 한다. 세 편 모두 환타지적 상상력이 넘쳐난다. 마음속으로 통화가능한 '머리 속 전화', 다른 이의 상처와 고통을 흡수할 수 있는 소년, 꽃망울 속에서 노래하는 '꽃소녀'…"상상력 대단한데" 차원을 넘어, 가슴진한 여운까지 남긴다.

[Calling You] 친구도 핸드폰도 없는 외로운 소녀 료우. 핸드폰에 대한 욕망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느 날 머리속을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그녀는 '머리 속 전화'를 알게 된다.(p.18) 핸드폰은 없지만, 머리 속에서 누군가와 통화가 가능한 것이다. '머리 속 전화'를 통해 자기 또래인 노자키 신야와 언니뻘인 유미를 알게 된 료우는 잠시나마 행복해 하고, 료우와 신야는 실제로 만나기로 하는데…

일종의 성장소설이라 해야 할까?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유미의 정체와 그가 던지는 말은 저런 해석을 힘을 실어준다. 친구도 없이 휴대폰을 동경하는 학창시절, 친구와의 우정, 죽음, 이 모든 것을 통해 료우는 성장한 것이리라. 먼 훗날의 자신을 위해. '머리 속 전화'라는 설정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상처] 폭력성으로 인해 특수학급으로 가게된 '나'. 얼마지나지 않아 '아사토'라는 예쁘장한 아이가 전학을 온다. 그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로,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 몸에 있는 상처를 자기 몸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p.86) 아사토와 나는 절친한 친구가 되고, 이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아사토는 정이 많고, 자기 희생적인 아이다. 세상 모든 상처를 떠 안으려는 것처럼, 희생에 희생을 거듭한다. 결국, 아사토는 큰 결심을 하는데…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작품 역시 분류하자면 '환타지적 성장소설'(?)이라 하겠다. 특히 희생적인 아사토와 추악한 어른들이 극렬하게 대조된다. 얼굴 화상을 아사토에게 떠 넘기고 잠적해 버린 아이스크림 가게 시호,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인상적인 것은, 죽은 아버지 앞에서 아버지를 상처투성이로 죽게할 수 없다며 자기에게 상처를 옮겨달라는 '나'의 모습이다.(p.121) 단순히 증오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죽음을 통해 비로소 재확인 했다고 할까. 아사토의 초월애愛적 희생과 '나'의 우정…인상적이다.

[꽃의 노래] 결혼에 반대하는 부모님을 피해 연인과 도망한 화자. 열차사고로 연인은 죽고 그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죽음을 생각하던 그는 산책하던 길에 이상한 노래소리를 듣고, 노래 부르는 꽃을 입원실로 가져 온다. 아이하라 간호사에게 '미사키'란 여자에 대해 듣게 된 그는 그 꽃에 깊은 관심을 갖는데…

앞에 두 작품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졌다. '노래 부르는 꽃' 설정은 그 자체로 마음에 들었지만, 깊은 여운은 없었다. 환상을 위한 환상이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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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7-09-21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이거 하나 읽으면 오츠이치는 다 읽을것같은데, 일단 사놨는데도 표지때문에 영 보고싶지가 않다는..ㅠ ㅠ재밌나요? <쓸쓸함의 주파수>는 생각보다 심심해서 약간 실망했는데..+_+저도 이거 빨리 읽어봐야겠어용!!!

쥬베이 2007-09-21 20:03   좋아요 0 | URL
저도 표지는 충격이었어요ㅋㅋ 무슨 만화도 아니고...
괴기스러운 작품만 보다, 상상력 가득한 소프트한 작품을 보니 괜찮더라고요^^
'꽃의 노래'는 좀 실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