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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된 CEO - 알고 있는 모든 상식과 편견을 뒤집어라
조한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한창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누릴때,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읽었고 배신감을 느꼈다. 왜 저런 책이 인기를 얻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낱 동화책보다도 빈약한 뻔한 내용, 그냥 동화책이 더 나았다. 또 아쉬웠던 것은,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외국이야기라는 것이다. 왜 우리가 실정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이는 내가 품어온 오랜 의문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한국형 자기계발서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색다른 도전으로 무장한 이들의 활약은 분명 관심을 기울일만 하다. <개가 된 CEO>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창 잘 나가던 CEO가 갑자기 개가 되버린다'는 설정, 그 속에 담긴 깊은 교훈, 스토리라인이 뭐낙 흥미로워 스토리만으로도 흥미롭다. 한국형 자기계발서의 진면목을 보았다고나 할까.
대명컴퓨터의 사장인 고대명. 그는 IT업계를 주물럭거릴 전도유망한 CEO였다. 그의 눈엔 아침 일찍 PC방 근처를 어슬렁 거리는 학생들도(p.9), 계약해지를 항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p.19), 한낱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안하무인인 고대명에게 저주가 내린것일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신이 잃은 그는 갑자기 개로 변한다.(p.22) 명품 넥타이를 맨 똥개.
'옥탑방 고양의'의 여주인공을 꿈꾸는 안하리. 그녀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지만 두달만에 거지가 된다. 떡볶이조차 사먹을 수 없는 현실에 필사적으로 직장을 구해보지만 힘겹기만 하다. 겨우 대명컴퓨터 고객센터에 자리잡은 그녀는, 상사와의 갈등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넥타이를 멘 개한마리를 보게 된다. CEO출신 똥개와 만사 부정적인 안하리와의 운명적 만남.
고대명 똥개는 떠돌이개를 만나 자기가 왜 개로 변해는지 알게된다. "자네가 개가 된 것은 바로 저주를 받았기 때문일세. 최근 일주일 사이에 자네가 개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적어도 셋 이상은 되었다는 뜻일세."(p.84) 그러고는 저주를 풀려면 '저주의 대상자를 찿아가 진심으로 속죄를 하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떠돌이개는 차라리 개가 속편하다며 신세한탄을 하고, 가족조차 외면한 그의 현실은 왜 그가 인간이 되기를 포기했는지 알았다.
CEO출신 똥개는 돈버는 비법을 묻는 안하리에게 '복리의 마법'을 알려주고, 안하리에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은연중 독자들에게 교훈을 전달한다. 한편, CEO가 사라진 틈을 이용, 제갈 전무는 회사를 장악할 음모를 세우는데, 과연 고대명 똥개는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까?
<개가 된 CEO>는 흥미로운 설정만으로도 멋진 책이다. 더욱이 저자는 이야기 곳곳에 하고자하는 말을 은연중 녹여놓는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