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진은 윤기 도는 붉은 입술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황제에게 삼배를 올려 알현의 예를 갖추었다. 머리는 높게 틀어올려 야광주를 박힌 금비녀를 꽂았고, 전과 보요로 머리를 장식하여 더욱 우아했다. 눈썹은 짙게 그리고 고운 볼에는 붉은 볼연지를 발랐는데, 도톰한 입술이 입술연지 때문에 방울처럼 돋보였다. 미간에 백녹색으로 네 개의 점을 찍은 화전이 저마다 교태를 부리는 듯 앙증맞았다. 양 볼에는 단청으로 볼우물을 만들어 웃을 때마다 참으로 요염했다.-65쪽
"후학들에게도 반드시 가르치거라. 무릇 의자는 바른 길을 걸어야 하며, 품행과 의덕이 고상해야 한다. 만약 의자가 세상을 구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천금같이 귀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며, 만약 의자가 총명하지 않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세상의 이치를 통달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람은 의자가 될 수 없으며, 만약 의자가 공손치 않고 청렴결백하지 않고 선량하지 못하면 세상의 인심과 신임을 얻지 못한다."-71쪽
"폐하, 때로는 바다 속 암초같이 모습을 감추었다가 큰 파도 칠 때 모습을 드러내고, 때로는 바람 앞의 버드나무처럼 세상과 같이 흔들리며, 때로는 돌밭을 경작하는 소처럼 우직하게 밀어붙이고, 때로는 진흙 밭에서 싸우는 개처럼 악착같이 적을 이겨야 하며, 때로는 큰 바위 밑에 오래 된 불상처럼 꿈쩍하지 않으셔야 하옵니다." -73쪽
자고로 충성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애국은 맹세를 저버리지 않는 법이로다. 근자에 서경압록부도독 공심지가 간악하고 요사스런 꾐에 빠져 국고금을 훔쳐 사욕을 채우고, 백성들의 골육을 짜낸 뇌물로 사방을 어지럽혔으며, 국법을 어기고 기군망상하여 그 폐해가 극심했더라. 또한 공공연히 인륜을 어기고 무수한 여인들을 농락하며 음란을 자행했고, 국법으로 금지한 사형私刑을 자행하매 죄 없는 남자들을 강제로 고자로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도다. 범법이 있는 곳에 악이 따르고, 악이 있는 곳에 벌이 따르게 마련이라. 짐은 양소화를 어사로 삼아 국기를 엄히 다루게 했으며, 죄를 다스리매 먼저 행하고 후에 장계하라 명했도다. 이에 어사 양소화가 위급한 지경에 공심지를 참한 것은 짐의 명을 따르고 법을 지켰으며 예를 벗어나지 않았다. 어찌 자식의 잘못이 부모의 죄가 되겠느냐만, 사공 공진방은 자식의 죄를 감추고 짐을 속였으니 멀리 안변부로 귀양 보내 지은 죄를 씻게 하겠노라. 이에 짐은 조서를 내리니 진신들은 함부로 공론하지 말라.-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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