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왕
니콜라이 바이코프 지음, 김소라 옮김, 서경식 발문 / 아모르문디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 색다르고 아름다운 책이다. '아름답다'란 말의 의미를 넘어 대단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웅장하고 늠름한 호랑이의 기상과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 인간과 동물과 교감과 갈등, 왜 이 작품이 '세계 동물문학의 고전'이라 불리는지 이해했다. 대단한 작품이다.

<위대한 왕>은 만주일대를 호령하던 늠름한 만주호랑이의 일생을 기본 축으로,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이야기한다. 저자인 니콜라이 바이코프는 군인으로 처음 만주에 발을 디딘 이후, 30여년을 만주의 자연속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은 만주의 동물과 자연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없이는 절대 쓸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왕>엔 인간이 등장하긴 하지만,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주연은 '위대한 왕' 만주호랑이 이다. 시점 역시 인간이 아닌, '위대한 왕'을 비롯한 동물들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정말 독특하다. 이야기를 크게 세부분으로 나눠보았다. '위대한 왕'의 탄생과 성장기(처음-p.94), 타이가의 제왕, '위대한 왕'(p.95-p.166), 대자연을 파괴하는 인간과 '위대한 왕'의 죽음(p.167-p.끝) 좀 자세히 살펴보자.

타이가를 누비던 암호랑이는 뱃속에 있는 새생명의 박동소리를 듣고, 편안한 동굴에 자리 잡는다.(p.25) 사흘간 고생끝에 암,수 한마리씩의 새끼가 태어나는데, 저 수컷이 바로 늠름한 '위대한 왕'. 이들은 어미 호랑이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에 무럭무럭 자라난다. 어미 호랑이는 독립했을때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법을 교육하기 위해, 점차 반쯤 살아있는 먹이를 가져다 준다.(p.51) 어미는 새끼들이 어느정도 자랐다고 생각하고는 일종의 성인식(?)을 준비한다. 그것은 바로 잡아온 오소리를 새끼들에게 스스로 제압하도록 싸움을 붙인 것.(p.51-56) 과연 어린 '위대한 왕'과 그 누이는 오소리를 제압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새끼들이 자라자, 어미 호랑이는 본능에 충실하게 행동하기로 한다. 어미는 수컷을 찿아 굴을 떠나고(p.94), 새끼누이는 반년간 같이 지내다 서로 자신의 길을 찿아 떠난다. 지금까지 어미의 보호아래 대자연의 생존법칙을 익히던 '위대한 왕'. 이제 대자연 앞에 홀로 서는 것이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위대한 왕>엔 많은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주로 다양한 동물그림인데, 생동감있고 생생하다. 참 마음에 드는 그림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그림소개를 보면, '만주 뱀, 만주 너구리등'으로 되어 있다. 곰곰히 따져보면 저건 '만주 뱀, 만주 너구리'가 아니라 '한국 뱀, 한국 너구리' 아니겠는가? 우리가 고구려, 발해의 광할한 영토를 지켰다면, 일본에게 침략당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가장 가까이 했을 동물들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봐야한다는 사실, 참 가슴 아팠다.

<위대한 왕>에 등장하는 인간중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인물은 늙은 사냥꾼 '퉁리'이다. '위대한 왕'과 '퉁리'의 만남, 상당히 극적이다. 어두운 밤, 길을 가던 퉁리는 오솔길 위에 우뚝 서 있는 어두운 형체를 발견한다.(p.105) 그건 바로 '위대한 왕'. 퉁리는 두려워하는 낌새를 보이면 목숨이 달아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겁에 질리지 않도록 마음을 추스린다. 결연하게 '위대한 왕' 곁을 지나가는 퉁리. '위대한 왕'은 늙은 모피 사냥꾼의 당당한 모습과 날카로운 시선에 존경의 감정을 갖는다.(p.110) 둘은 종(種)을 뛰어넘는 교감을 느낀 것이다.

'위대한 왕'은 멧돼지를 사냥(p.114)하고, 거대한 곰까지 사냥(p.122-128)한다. 만주일대에서 '위대한 왕'의 늠름함과 위상은 굳건히 이어진다. 헤어졌던 어미와의 재회하는 부분(p.144)은 감동적이었다. 인간쓰레기를 '동물만도 못한 놈'이라 칭하는 것은 잘못됐다. 세상에 인간같이 추악한 동물이 어디 있는가? 개나 호랑이같은 동물들이 훨신 낫다.

사랑의 열병을 과연 누가 피할 수 있을가? '위대한 왕'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짝을 찿아 나선다. 왕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싸우는 암컷들, 결국 '위대한 왕'은 짝을 찿고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p.151) 하지만, 넘치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왕의 연인은 사냥꾼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p.160) 분노하는 왕. 동물들은 다른 동물을 죽이지만, 그건 살기위해 먹이를 구하기 위할때 만이다. 하지만 인간은 왜 동물을 죽이는가? 암호랑이는 왜 죽였는가? '위대한 왕'에 의해 잔혹하게 죽는(p.164) 모피사냥꾼 리싼은 죽어 마땅한 인간이다.

'위대한 왕'은 숲의 이상한 변화를 알아챈다. 금속괴물의 소음과 인간의 목소리, 뻐걱거리는 톱 소리,(p.179) 인간들은 타이가 산림을 파괴하고,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빼았는다. 인간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위대한 왕'. 왕의 반응은 너무나 당연하다. 분노한 왕은 인간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고, 인간들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결국 사로잡힌 '위대한 왕'의 연인, 암호랑이.(p.260) 왕은 연인을 구출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광분한다. 결국, '위대한 왕'은...인간들의 총탄에 맞고, 힘겹게 산꼭대기로 올라간다. '위대한 왕'의 임종을 지키는 퉁리. 너무나 가슴 아픈 마지막 장면.

저자는 인간과 인간에 의한 자연파괴를 강하게 비판한다. 만주일대의 '위대한 왕'의 죽음은 파괴되는, 죽어가는 자연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런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위대한 왕>은 세계 동물문학의 고전으로, 국내 소개되는 첫 완역본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만주일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만주호랑이 '위대한 왕'의 일대기, 대자연을 파괴하는 인간과의 투쟁기 그리고 교감,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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