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
성석제.윤대녕 외 지음 / 북스토리 / 2006년 8월
절판


기억이라는 것은 참 이상한 것이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대신 사소하기 짝이 없다고 여겨지는 어떤 한 순간만 확대되어 또렷하게 각인되는 수가 왕왕 있게 마련이다. 나는 그것을 '기억 속 명장면'이라고 부른다. 가령 이런 것이다. 어린 시절, 공중목욕탕에서 첫 목욕을 경험했던 때의 내 기억은 탈의실에서 내복 바람으로 울고 있는 한 장면으로만 영원히 존재한다. 그 앞도, 그 뒤도 없다.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151,152쪽

앞으로 사십 년쯤 후, 그대도 살아 있다면, 아마 나는 이런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 사십 년 전 '쉬리'라는 영화가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었지. 엄청났었어. 그런데, 나도 영화를 보았을까? 허리가 아파서 쩔쩔매며 극장에 앉아 있던 장면 하나만 또렷하게 기억나고 나머지는 글쎄, 가만있자, 영화 제목이었던 '쉬리'가 우리나라에만 살고 있는 작고 예쁜 물고기 이름이라고 그랬던가......-158,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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