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구판절판


이광두의 눈 바로 앞에 놓였던,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았던 그 엉덩이는 다섯 개 가운데 가장 그 모양이 둥글어서 마치 뭔가를 말아놓은 것 같았고, 탱탱한 피부는 조금 위쪽의 꼬리뼈를 살짝 드러나게 했다. 심장이 사납게 콩닥거리는 가운데 꼬리뼈 반대쪽에 난 털을 보고 싶었다. 여자의 거기 털은 어디서부터 자라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몸을 더 깊숙이 파묻고 머리를 처박아서 여자의 거기 털을 거의 다 보게 되었을 무렵, 뒷덜미가 낚아채져 버렸다.-16쪽

"이제껏 내 엉덩이는 오직 당신 한 사람한테만 보여줬는데, 저런 새까만 양아치 자식이 훔쳐봤으니 세상에 내 엉덩이를 본 사람이 두 사람이 되어버렸잖아요. 이를 어쩌냐구요? 당신 빨리 패주라니까! 저놈의 눈탱이를 패주라고! 왜 꼼짝도 않고 서 있어요? 부끄럽지도 않아요?"-22쪽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광두가 류진의 거부가 되어 우주여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눈을 감은 채 자신이 우주 그 높은 곳에서 고개를 숙여 지구를 바라본다고 생각하자 갓난아기였을 때의 기억이 신기하게 돌아왔다. 상상 속의 지구의 장엄한 정경은 어머니가 자신을 안고 처음으로 남문 밖으로 나섰을 때 보았던, 달빛 아래 무한히 펼쳐진 논밭이었다. 갓난아기일 때 이광두의 눈빛은 러시아 우주선 유니언처럼 빠르게 지나갔다.-57쪽

사방팔방 아무도 없었고, 찬바람만 불어오고 파도 소리만 들려왔다. 맹렬한 기세로 물결이 밀려와 부딫치면 하얀 포말이 기다란 선을 만들었고, 그 머나먼 하얀 선은 때로는 회색으로, 때로는 시커멓게 변했다. 먼 곳은 밝기도 어둡기도 했고, 하늘의 달마저 구름에 가렸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139쪽

송범평은 이번에는 반항하지 않고 용서를 구했다. 누구에게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 송범평은 이 순간 몹시도 살고 싶었던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무릎을 꿇은 뒤 피를 토하며 오른손으로 피를 쏟아내는 배를 막으면서 제발 그만 때리라고 눈물을 흘리며 애걸했다. 피눈물을 흘리며 주머니 속에 있던 이란의 편지를 꺼내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왼손으로 편지를 펼쳐 보이며 자신은 도망치려 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편지를 받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고, 무수한 발길만이 차고 밟고 짓이겨댔으며, 날카로워진 몽둥이가 송범평의 몸을 쑤셨다가 뺐다가 쑤셨다가 뺐다가 했다. 송범평의 몸은 구멍이 뚫린 듯 선연한 피를 쏟아냈다.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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