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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사고치다
공성수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글을 잘 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여건상 많이 읽고 쓰는것은 어렵기 때문에 혼란이 야기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과연 글쓰기와 논술은 같은 것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자는 분리되야 한다. 즉, 아무리 독서량이 부족하고, 글쓰는 것에 자신이 없어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양자는 다르기 때문에.
책속으로 들어가자. 저자는 'Part1'에서 논술학원,학교등 교육현장에 난무하는 거짓말을 살펴본다. '학교수업만 충실히 받으면 누구나 문제를 풀 수 있다.'(p.31) 저자는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공교육은 절대 변화하는 통합논술의 흐름을 따라 잡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일축한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학생들 교육만이 아니라, 다른 잡무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에게 논술교육까지 기대하기는 무리다. '결국 논술은 배경지식의 싸움이다'(p.32) 저자는 기존 논술학원의 강의방식-기출문제만 나열되어 있는 교재로 첨삭하는-을 비판하며, 해마다 바뀌는 문제유형과 대학의 전형방식을 따라갈 수 없다며, 이 역시 일축한다.
'Part2' 이 부분은 저자의 핵심주장이 농축된, 논술 지침이다. 논술하면 정말 어디부터 손대야할지 모르겠는게 현실이다. 단기간에 실력향상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해야할 것은 많아 보이고, 하지만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답답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저자의 지침은 명쾌한 길 안내자 역할을 한다. 저자의 지침중, 당연한 것이어서 추가적인 언급이 필요없는 것은 제외하고 나머지를 살펴보자.
[제1계명] 책상 위를 점검하라.(p.48) 논술하면, 신문을 읽어라, 고전을 읽어라, 기출문제를 풀어라, 정말 말이 많다. 이런 말들에 쉽쓸려 이것저것 불필요하게 범위를 확장하지 말고 지금 당장 달성해야 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일단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정리해 보자. 복잡하고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매일의 목표를 정해 놓고 차근차근 논술을 시작하는 것이다."(p.49) 이는 비단 논술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부의 기초다. 불필요한 범위확장은 쓸데없게 수고스러울 뿐이다.
[제2계명]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라.(p.50) 저자는 말한다.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꼭 한 번에 읽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괜히 부담을 느끼는 독서법은 역효과만 가져오다."(p.50)라고...공감한다. 일단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독서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려운 책을 붙잡고 있는 것은 지적허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제5계명] 삼위일체 학습! 수능과 내신과 논술은 함께 간다.(p.53) 일반적으로 수능, 내신, 논술을 다른 공부방법론으로 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본적으로 모두 같다고 주장한다. "논술에서 접하게 되는 제시문의 수준이 수능보다 조금 더 높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제시문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해답을 이끌어 내는 원리는 수능이나 논술이 모두 동일하다. 논술공부와 수능공부가 서로 통해 있는 것이다."(p.54) 사실 '공부'라고 칭해지는 것들은 따지고 보면 전부 통해 있다. 소설을 읽으면 수능 문학에 도움이 되고, 시사적인 신문기사를 읽으면 사탐이나 과탐 대비가 되기도 한다. 논술공부는 별개라는 생각은 이제 버리자.
[제7계명] 자기만의 논술 사전을 만들자.(p.55) 저자는 '중요한 키워드와 개념을 평소에 미리 정리하는 습관을 들일 것'(p.56)을 강조한다. '새로운 용어와 이슈들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정리해 단어장처럼 만들라는 것'(p.56)이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그냥 읽고 넘기는 것과 한번 생각해보고, 정리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독서기록장'이란 사용하는 이유도 저와 같다.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소화해 내는 것'이다. 난 저자가 주장한 '논술 사전'을 저런 개념으로 이해한다.
'Part3'은 조금씩 실력향상을 할 수 있는 실전코스다. 학습부담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하루에 한 꼭지씩 학습하도록 구성했다. 파트3의 부제가 '~논술 다이어리 일주일'인 것이 이해된다. 난 부담없고, 약간은 자신감 넘치게 읽기 시작했는데, 장난이 아니다. 생각외로 지문의 수준이 높다. 단지 글뿐만 아니라, 각종 도표와 사진, 그림까지 총동원되는 지문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지금 통합논술 문제수준이 이 정도란 말인가? 내가 논술준비를 하고, 대입 논술을 치르던 때하고는 차원이 다른다. 저자가 초반에 '빠르게 변화하는 통합논술'이라 언급했던게 다시금 공감이 된다.
'Part4'는 각종 주제에 대한 심화된 이해를 도와주는 부분이다. 저자의 논술 학습론을 충분히 익힌 다음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실전파트라 보면 된다. 일단 출제가능한 예상주제를 던지고, 관련 서적이나 이론을 소개한 뒤 저자의 깊이있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은 '사고해 볼까?'로 그야말로 기출예상문제가 제시된다. 어떤가? 그야말로 완벽한 구성이다. 또한 부담되지 않는 분량으로 나눠져 있으므로, 효과적인 학습시간 분배도 가능할 듯 하다.
논술의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알고 있으리라. 그 비중은 점점 더 커져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에 걸맞는 교재는 찿아보기 힘들었다. '논술, 사고 치다' 이제야 제대로 된 논술 교재를 보게 되었다. 논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