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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 신분을 뛰어넘은 조선 최대의 스캔들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오늘의 관점에서 사랑에 얽힌 조선시대 사건들을 돌아보면 안타깝다. 신분제와 차별, 약자를 억압하는 지배계급. 하지만 저런 끔찍한 환경도 사랑만은 막지 못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에 실린 사랑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인 동시에 투쟁인 것이다.
[양녕대군 폐세자 사건](p.24) 지금까지 난 세종의 즉위과정을 야사에서 알려진 것처럼, 양녕대군이 양보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내막에 여자와 사랑이 얽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랐다. 태종의 세자로 책봉되었던 양녕대군은 중추부지사 곽선의 첩인 '어리'란 여인에 빠지고, 그녀를 강제로 궁으로 들인다. 사랑을 불태우는 두 사람. 하지만 이 일은 태종과 세자사이 묘한 권력관계와 결합되면서 큰 문제로 부각된다. 태종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는 떠오르는 태양, 세자를 고까워 했고 비양녕대군 세력들은 세자를 모함했다. 결국, 어리는 궁중에서 추방되고, 세자는 반성문까지 쓰게 된다.
여기서 일단락 된 듯 보이던 '어리문제'는 끊을 수 없는 사랑때문에 다시 논란의 핵심이 되는데, 그건 바로 세자가 어리를 여종으로 위장해 입궐시키고, 어리가 애까지 낳았기 때문. 이 문제로 또다시 태종과 세자는 신경전을 벌이고, 신하들은 편을 갈라 대립한다. 결국 태종은 세자 양녕대군을 폐위하고, 훗날 세종인 충녕대군을 세자로 책봉한다. 양녕대군은 어리에 대한 절절한 애정때문에 한나라의 임금 자리까지 내놓게 된 것이다. 물론, 어리와의 사랑 때문에 양녕이 폐세자가 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노쇠하던 태종과의 알력, 비양녕 신하들의 모함등의 견제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어리문제가 폐세자가 된 원인중 하나임은 분명하지 않은가?
[신분을 초월한 용기 있는 사랑](p.105)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이다. 양가 규수 '가이'는 어려서 부모를 모두 잃고 사노인 '부금'과 함께 집안을 꾸려 갔다. 어릴적 부터 혼자가 된 가이가 부금에게 의지한 것은 당연지사. 가이는 점점 자라 모두가 탄복할 정도로 아름답게 자라고, 이들 사이에는 주인과 종이라는 신분을 넘는 사랑이 싹튼다. 결국, 이들은 혼례를 올리고 행복한 삶을 누리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들을 신분제를 문란하게 한다는 이유로 관가에 고발 한 것.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된 두 사람. 조선시대는 사랑조차 마음대로 할 수없는 사회였던 것이다. "양반의 딸이 천민과 혼인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는 혼인이 아니라 강상의 죄를 저지른 것이다. 가이는 양반의 위신을 더럽혔으니 이혼시키고 왜관에 있는 왜인에게 시집을 보내라."(p.112) 경상도 관찰사는 이렇게 판결 내렸다. 너무 가슴 아픈 상황. 가이를 엉겹결에 아내로 맞은 왜인은 가이를 학대하고, 견디다 못한 그녀는 부금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부금은 왜관으로 달려가 가이를 학대하던 왜인을 살해하고, 가이와 함께 도망친다. 그러나 곧 체포된 그들은 국문을 당하는데...
남성은 상민이나 노비를 첩으로 거느릴 수 있으면서, 여성의 경우는 저런 것이 불가능 했다. 정말 불합리한 사회구조이다. 저런 불합리한 사회구조의 희생자인 가이와 부금. 안타깝다.
[양성을 넘나든 사방지 사건](p.227) '사방지' 그는 특이하게도 남녀 양성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다. 사방지는 재상을 지냈던 이순지네 종이었는데, 여장을 하고 다니며 여승과 부인네들과 간음한 것이다. 당연히 조정은 벌컥 뒤집혔고 사방지는 국문을 받는다. 당시는 양성인을 '인간이 아닌 괴물로 취급하였으며, 양성인이 나타나면 불길한 일이라 하여 크게 화제가 되었다'(p.237)고 한다. 하지만 다방면에 해박했던 세조는 그를 처벌하자는 신하들을 물리고 그의 처리를 주인인 이순지에게 맡긴다. 세조의 관대함이 돋보이는 장면.
책 중간중간에 다양한 그림과 사진이 소개되어 있는데, 흥미로웠다. 저자의 전작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을 아직 읽지 못했는데, 조만간 찾아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