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구판절판


"현대사회에서 카드빛으로 인한 파산은 어떤 의미에서는 공해와 다름없는 것이죠."-67쪽

돌고 도는 불수레. 그것은 운명의 수레인지도 모른다. 세키네 쇼코는 거기서 내리려고 했다. 그리고 한 번은 내렸었다. 그러나 그녀가 되려고 했던 여인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또 그 불수레에 올라타 버렸다.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둠 속 저 끝을 향해 혼마는 물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대체 누구란 말인가?-128쪽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합니다. 금리란 어부바 귀신 같은 거라서 앞으로 나아갈수록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라는 건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빛이나 사채라고 하면 듣기 안 좋잖아요. 게다가 사채에 비해 금리도 싼 것처럼 느껴지죠. 그러나 현금서비스의 금리를 연리로 계산해보면 25~35퍼센트에 이릅니다. 사채업체의 금리와 다를 바 없어요. 그걸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하게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라면 안전하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는거죠."-139쪽

"시중 은행이며 카드업계가 학생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한 지 20년째가 되는데요. 이 20년간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에서 신용카드의 올바른 사용법을 지도해 준 적이 있습니까?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졸업 전 여학생들에게 화장법을 가르치곤 하던데 오히려 사회에 진출하기 전 신용카드나 돈의 올바른 사용법과 기초지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139쪽

이렇게, 죽은 자는 산 자의 내면에 흔적을 남기고 간다.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벗어 던진 윗도리에 체온이 암아 있는 것처럼, 머리빛 사이에 머리카락이 끼어 있는 것처럼 어딘가에 무언가가 남아 있다.-189쪽

"남자들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오히려 여자들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죠. 필사적으로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려는 것도 다 그런 거잖아요? 그것도 착각이에요. 다이어트에 미친 여자를 보고 웃을 자격이 없는 거죠. 모두들 착각에 빠져 있는 거에요." (중략) "그 애한테 해준 말이 있어요. '너 구멍가게에서 푼돈을 빌려다 쓰는 처지라도 쇼핑을 다니고 사치하고 고급품에 휩싸여 있으면 자기가 꿈꾸던 력셔리한 인생을 실현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행복하지 않았니'라고요."-309쪽

"언젠가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래도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아니오.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제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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