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스포일러 있음 

오랜시간에 걸쳐 여러번 읽어야만 하는 명작이 있다. 미처 간파하지 못했던 사실과 인물의 미묘한 성격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화차>는 말이 필요없는 사회파 추리소설 전설의 명작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모, 미야베 미유키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최고의 작품. 신용불량, 개인파산등 법률사무실에 근무하던 미야베 미유키의 경험이 곳곳에 녹아있어, 소설의 깊이를 더해 준다. 특히 개인파산에 대해 자세히 언급된 p.144이하는 개인파산 문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한 은행원이 있다. '구리자카 카즈야' 그는 빼어난 외모의 '세키네 쇼코'와 약혼을 한다. 행복의 단꿈에 젖어 있던 그에게 행복은 그저 꿈일 뿐이었다. 카즈야는 세키네 쇼코의 개인파산 사실을 알게 되고, 세키네 쇼코는 돌연 행방을 감춰 버린다.

한 형사가 있다. '혼다 슌스케' 그는 범인 검거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잠시 휴직중이다. 아내 '치즈코'를 사고를 잃고, 아들 '사토루'와 살고 있고, 집안일은 '남자 가정부 이자카 쓰네오'가 맡고 있다. '구리자카 카즈야'는 아내의 먼 친척. 카즈야는 갑자기 찿아와 사라진 자기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찿아 달라고 부탁을 하게 되는데.

조사과정에서 카즈야와 약혼했던 여성은 '세키네 쇼코'가 아님이 밝혀진다. 그녀는 세키네 쇼코의 신분을 가로챘던 것이다. 슌스케는 이 사실을 카즈야에게 전하지만, 카즈야는 거짓말이라며 반발하고, 박차고 가버린다. 친한 사이었던 치즈코의 장례식에도 오지않은 그가, 부탁할 일이 있자 그제야 찿아와 도움을 청하는 것도 씁쓸한데, 저 태도 하고는.

이제부터 혼다 슌스케가 '세키네 쇼코'(정확히는 세키네 쇼코의 신분을 가로 챈 여성)를 찿는 흥미진진한 과정이 전개된다. 슌스케가 사건을 파헤쳐 가면서, 사건의 핵심을 4가지로 추려진다. 첫째, 지금 세키네 쇼코가 신분을 가로 챈 가짜라면 진짜 세키네 쇼코의 행방은? 둘째, 신조 교코(세키네 쇼코의 신분을 가로챈 여성)는 어떻게 세키네 쇼코의 신분을 훔칠 수 있었으며, 두 사람 사이 접점은? 셋째, 갑작스런 쇼코 어머니 죽음의 진실은? 넷째, 추적과정에서 부각되는 '야구장 조명이 비치는 사진'의 비밀은?

슌스케가 조금씩 세키네 쇼코, 신조 교코를 찿아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든다. 힘든 여정끝에 신조 교코의 행방을 포착하고, 그녀에게 다가가는 마지막 장면에선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신조 쿄코의 말, 아니 변명을 듣고 싶었는데, 결국 그녀의 말은 작품내내 한마디로 들을 수 없었다. 조금 아쉽다. 또한, 본래 세키네 쇼코의 행방 역시 끝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저자는 세키네 쇼코의 죽음을 기정사실화 하고, 그 죽음 뒤에 신조 교코가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저자는 단 한마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런 마지막 결말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온갖 고생끝에 드디오 신조 교코를 찿았는데, 거기서 이야기가 끝나버리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벅찬 카타르시스 뒤 밀려오는 허무감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런 결말은 묘한 여운을 남겨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이야기 결말을 저자가 내려 버리지 않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미야베 미유키가 저렇게 이야기를 끝낸 것은, 결말에서 신조 교코의 악마적 행각이 크게 부각될 경우, 저자가 주목한 신용사회의 어두운 면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아니면, 쓰다보니 분량이 너무 길어져 관두었을 수도 있고.

'화차'란 제목에 시선을 돌려보자. 화차는 '생전에 악행을 한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라고 한다. 화차는 과연 무었을 의미하는 것일까? 무분한별 카드사용과 대출, 그리고 사채업자. 이러한 신용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 세키네 쇼코, 신조 교코 그들은 무시무시한 화차의 실려져 지옥으로 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회는 곧 지옥이었다.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화차가 굴러다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그 때문에 고통받는 개인의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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