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게 길을 묻다 2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이라 불리는 이름난 작품들은, 내겐 넘지 못할 성벽이었다. 아무리 두드리고, 넘으려 해도 용납치 않는 견고한 성벽.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다. 고전을 읽을 만한 능력이 안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님 두가지 다 일수도...(여기서 말하는 '번역의 문제'라 함은, 번역의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한계를 의미한다.)

솔직히 끝까지 읽은 고전작품이 없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책을 좋아한다고,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 내가, 똑바로 읽은 고전이 없다니...도무지 집중이 안되고, 너무 지루해 도중에 손에서 놔버렸던 것이다. 내심 '고전읽기 길라잡이(?)' 어디 없나 궁리하기도 했던 나. 처음 '명작에서 길을 묻다'를 읽고, 무릎을 쳤다. '이건 바로 내가 생각해 오던 고전읽기의 길라잡이다!'

소개된 작품중엔 내가 이미 읽었던 작품도 있고, 읽으려 사놓고 포기했던 작품도 있고, 아예 몰라던 작품도 있었다. 이미 읽었던 작품 같은 경우, 다시한번 작품을 음미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교훈을 얻을 수 있었고, 사놓고 포기했던 작품의 경우, 작품의 품격을 미리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를 주었다고나 할까.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p.23)는 첫번째에 해당한다. 처음 읽을때 느꼈던 감동을 되살려 주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p.112)은 두번째에 해당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저자는 일단, 해당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이야기한 다음, 마지막에 저자의 평을 추가한다. 명작을 소개하는 저자의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 복잡하고, 늘어진 줄거리를 절묘하게 핵심을 잡아 소개하기...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알퐁스 도데'의 <사포>(p.93) 같은 경우, 알지 못했던 작품이다. 꽃뱀 여성이 등장하는 충격적 스토리, 꼭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명작의 작가들 소개가 수록되어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자가 풍성하게 준비한 만찬덕에 한없이 배를 채운 기분이다. 지적 포만감?^^ 아, 한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유재형님의 그림이다. 처음 p.21의 그림을 보고는 실망했다. '이건 뭐야?'가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소 거친듯 하지만, 강렬한 그 무언가...

'명작에서 길을 묻다2'를 읽고, 바로 1권을 주문했다. 명작에 대한 내 마음의 빚을, 깨끗히 청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작품. 앞으로 3권, 4권 꾸준히 출간해 주실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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