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도를 방랑하는 자는 좋은 평판을 받으면 씨앗을 받게 된단다. 여기서 죽으면 방랑하는 시체가 되어 밤마다 헤매는 자도 있고 그냥 썩어버리는 자도 있지만, 씨앗을 가진 자는……길가의 나무가 되는 거야. 길 양쪽에 아주 훌륭한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지 않니? 저것들은 오랜 세월을 두고 거목이 된 예전의 위대한 방랑자들이란다. 이 고도를 지켜봐주고 있는 것이지."-83쪽
이즈미는 햇빛이 새는 숲길을 느릿느릿 걸었다. 야시의 기억은 더욱 멀어졌다. 그곳이 어떤 곳이고 어떤 장사치가 어떤 물건을 팔고 있었는지 따위는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함께 갔던 청년은 어떤 사람이었지? 아니, 생각나지 않았도 괜찮다. 그래, 야시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고, 그리고 그것이 다시 나를 찿아온다면 그때 생각이 날 테니까. 마침내 야시는 까마득하게 머나먼 가을밤의 꿈이 된다. 그것이 다시 그녀를 찿아올 그때까지.-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