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용을 떠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제목과 묘하게 어울리는 표지나, 출판사의 균형감각 있는 책디자인. 아무 이유없이 책장에 꽂아 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나의 미스테리한 일상>은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일상미스테리를 다루고 있다. 과연 이를 진정한 미스테리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조금 회의적이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는건 분명하다. 저자가 선보이는 '회사 사내보의 연작소설'이라는 설정 역시 아주 신선하다. 연장선상에서 p.308이하 '조금 긴 듯한 편집후기'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나중에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건설회사인 '사나다 건설'의 사내보 '르네상스'의 편집을 맡게 된 와카타케 나나미. 그녀는 선배인 사타케 노부히로에게 단편 연재를 부탁하고, 사타케는 한 사람을 소개시켜 준다. 그가 내세운 조건은 익명으로 연재하겠다는 것. 이렇게 사내보 연작소설을 시작된다.

우선, 인상적이었던 단편과 아닌 것을 나열해 보고 싶다. 이리하는 이유는 단편마다 너무나 큰 편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좋았고, 또 어떤 작품은 너무나 유치해, 실망스러웠다. [GOOD] 8월,사라져가는 희망 / 9월,길상과의 꿈 / 12월,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 1월,정월탐정 // [BAD] 6월,눈 깜짝할 새에 / 7월,상자 속의 벌레 / 2월,밸런타인 밸런타인 // 언급되지 않은 것들은 평균작이다.

[사라져 가는 희망] 홀로 하숙하게 된 고등학생 다키자와. 그는 원예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친구 한명이 살풍경한 방도 달라 보일거라며 나팔꽃씨를 가져와 심었다. 그 후 다키자와는 기괴한 꿈을 꾸기 시작하는데...그 꿈이란, 바로 이런 것.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긴 머리 여자가 자기를 보고 있다. 그녀는 다키자와의 발치에 음전하게 앉아 그를 지긋이 바라보며, "안아주세요."'(p.118) 이거 거의 전설의 고향 수준^^

도대체 꿈속에 나타나는 저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나팔꽃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다키자와에게는 무슨일이 벌어질까? p.130이하, 나팔꽃을 심었던 미카즈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시길.

[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전형적인 일상미스테리로 학창시절 사랑이야기가 반전으로 깔려 있다. 오쿠타마 한적한 시골에 살고 있는 아라이. 그(?^^)의 옆집으로 유스케가 새로 집을 지어 이사오고, 그들은 친구가 된다. 유스케는 식물, 광물, 천체에 관심이 많았고 케익만들기라는 특이한 취미까지 있어 아라이에게 간식을 만들어 주곤 했다고 한다. (p.217 참조) 그런 유스케는 아라이와 같이 살고 있던 친척 유키코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행동을 하는데...

한편, 유스케가 아라이에게 보낸 케이크를 대신 유키코가 먹게 되고, 유키코는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병원에 실려 간다. 유스케가 보낸 케이크의 비밀은? 유스케는 연상의 유키코를 짝사랑했던 것일까? 끝부분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같은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반전이 등장한다. 그런거였군. 그랬어^^ 읽어보시길.

이제 '조금 긴 듯한 편집후기'에 대해 이야기 할 차례다. 저자는 약간은 독특한 이 장을 통해, 지금까지 소개된 12편의 단편을 이야기의 배경연도별로 재배열하고, 익명의 작가의 정체를 파헤치려 한다. 약간은 설익은듯한, 엉성한 추리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여기서 익명의 연작소설의 작가가 위 12편의 단편 가운데 등장한다는 것도 밝혀진다. (이 정도는 스포일러 아니겠지^^)

나머지 단편은 굳이 설명할 필요을 못 느낀다. 역자는 후기를 통해 '일본의 언어 및 문화자체에 얽힌 트릭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는데, 일부 단편이 부족하게 느껴진건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이럴땐 정말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게 한스럽다. 아무튼, 색다른 일상미스테리 속으로 빠져보고 싶으신분들, 한번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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