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옥쇄'라는 말 들은 적 있나?" "전쟁이 끝나기 직전에 군부가 내건 슬로건이야. 일본 국민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용감하게 싸우다 죽어야 한다는 거지.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져서 말이야. 그런데 전쟁이 끝나자,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깨달았어. 일억의 국민이 모두 죽어도, 일본이란 나라는 남을까? 일본인이 모두 옥처럼 부서져도, 일본이란 나라가 이 세상에 남는 걸까? 잘못된 거야. 군대를 조정하는 윗사람들은 일본이 전멸하는 길을 선택했던 거야. 이길 방도가 없어지자, 국민을 휘몰아서 자살시키려고 했던 거야. 일가의 집단 자살이 아니라, 일국의 집단 자살이지. 만약 그게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그런 슬로건은 내걸지 않았을 거야. 일본 국민을 향해 '죽어라'라니 도대체 말이 되냐고" "게다가 우리들은, 어리석게도 그 누구도 깨닫지 못했어. 무서운 말이야. '일억옥쇄'라는 건. 그 구호 탓에 정말 죽겠다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으니까."-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