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니아, 나의 유지니아.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줄곧 외로운 여행을 해왔다. 아직 먼 여명에 떨던 날들도 오늘로 끝을 고하리니. 이제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의 입술에 떠오르는 노래도, 아침 숲에서 나의 신발이 짓밟는 벌레들도, 쉴 새 없이 피를 내보내는 나의 작은 심장도, 모두 당신에게 바치리.-5쪽
논픽션? 난 그 말 싫어요.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해도, 사람이 쓴 것 중에 논픽션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눈에 보이는 픽션이 있을 뿐이죠. 눈에 보이는 것조차 거짓말을 해요. 귀에 들리는 것도, 손에 만져지는 것도, 존재하는 허구와 존재하지 않는 허구, 그 정도 차이라고 생각해요.-23쪽
저마다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본 그대로 이야기한다는 건 쉽지 않아요. 아니, 불가능합니다. 선입견이 작용한다든지, 잘못 봤다든지, 잘못 기억한다든지 하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받은 교육, 성격에 따라 보는 방식도 달라지잖습니까?-57쪽
요즘엔 피해자든 가해자든, 아직 진상이 다 밝혀지기 전부터도 거의 사형(私刑)을 당하잖아요.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 건 피해를 당한 당사자뿐이죠. 어째서 무관한 사람들까지 '그럼 나도 돌을 던져도 상관없겠지' 생각하는 거죠? 도무지 이해가 안돼요.-119쪽
형제관계란 건 이상하죠. 어렸을 때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유했으면서, 갑자기 소원해 지거든요. 완두콩 같은 거죠. 꼬투리인 부모쪽은 남지만, 오랫동안 같이 그 안에 사여 있던 콩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안 남습니다.-193쪽
간단한 걸 어렵게 이야기하는 놈은 세상에 차고 넘치지만, 어려운 걸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255쪽
인간은 죄 많은 존재. 태어나면서 저지른 죄도 많아. 이 세상에 태어난 게 그 증거란다. 인간은 죄를 회개하면서 살아가는 거야. 보렴, 이 세상이 얼마나 고뇌로 가득 차고, 피와 폭력으로 가득차 있는지. 이런 세상에 태어난 게 죄가 아니면 뭐겠니? 이게 인간이 죄 많은 존재라는 가장 큰 증거야. 기쁨은 한순간뿐. 고통의 바다에 한순간 비쳐드는 힘없는 햇살에 불과해.-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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