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추리소설이란 단지 지적인 놀이의 하나일 뿐이야. 소설이라는 형식을 사용한 독자 대 명탐정, 독자 대 작가의 자극적인 논리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러므로 한때 일본을 풍미했던 '사회파'식의 리얼리즘은 이제 고리타분해. 원룸 아파트에서 아가씨가 살해된다. 형사는 발이 닳도록 용의자를 추격한다. 드디어 형사는 아가씨의 회사 상사를 체포한다. 이런 이야기는 이제 좀 그만두었으면 좋겠어. 뇌물과 정계의 내막과 현대사회의 왜곡이 낳은 비극 따위는 이제 보기도 싫어. 시대착오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역시 미스테리에 걸맞는 것은 명탐정, 대저택, 괴이한 사람들, 피비린내나는 참극, 불가능 범죄의 실현, 깜짝 놀랄 트릭…이런 가공의 이야기가 좋아. 요컨데 그 세계속에서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거지. 단, 지적으로 말씀이야."-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