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세제곱 - 세상과 사람을 넓고 깊게 알기 위한 생각세제곱
해성 지음 / 휴앤스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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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만 구성된 인문서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재미와 지식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 더더욱. 대화로만 이루어진 아멜리 노통브의 <시간의 옷>을 읽으며 느꼈던 충격을 수십년만에 다시금 느꼈다.

<생각3(생각세제곱)>은 3단계의 생각수준을 상정하고 '생각에 관한 생각을 다시 생각하는 것'을 생각세제곱이라 칭한다.(p.4) 교육, 종교, 평등 처럼 어려운 주제도, 작가의 학창시절이나 직장(검찰)생활 에피소드 같이 흥미진진한 소재도 작가의 생각 제곱, 또한번의 제곱을 거쳐 음미된 후 유려하게 풀어내진다.

작가(소장)가 펼쳐내는 이야기는 인문학의 전반을 꿰뚫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것으로 깊이가 있고,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여 신뢰감을 더해준다. (예시는 박스처리되어 가독성이 있고, 그 자체만으로 재미있다 p.30, p.69, p.102, p.113, p.130, 134, 161 등) 파트 1에서는 속담과 고사성어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재미있게 풀어낸 에피소드10, 동서양의 고사성어 이야기 에피소드11, 백면서생 고사성어로 역량과 기량차이를 논하는 에피소드12가 흥미진진했다.

파트 1이 시카고 대학 벤저민 블름의 '교육목표의 위계' 지식->이해->적용-> 분석-> 종합-> 평가(p.39)를 대전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파트 2를 자유주제로 이어지는데, 파트 2에서는 일단 작가의 학창 시절을 이야기한 에피소드 16이 재미있었다. 남의 논에다 스키장을 직접 만든(p.165) 클라스^^ 역시 대단하다. 한번도 듣지 못했던 작가의 학창 시절 이야기라 미소지으며 작가의 유년시절을 함께 느껴보았다. 직장(검찰) 생활 에피소드인 에피소드 17로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직접 직원들을 인솔하여 벌금미납자 검거활동을 진두지휘한 속 뜻, 기록관리과 직원들에게 건넨 엄청난 명문의 시(p.181) 작가의 훌륭한 면모에 다시한번 감탄.

초반에 아멜리 노통브가 언급된 김에 더 말을 하자면, 이 책의 '소장' 캐릭터는 아멜리 노통브<살인자의 건강법>의 프레텍스타 타슈의 재림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타슈의 괴팍함을 덜어내고,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인간미를 추가한다면, 상당히 유사하다. 물론 ⓐ대화를 압도하는 강한 카리스마, ⓑ방대한 지식, ⓒ감히 대적할 자가 없는 말빨은 <생각세제곱>의 소장이 한수 위^^ (단, <생각세제곱>의 '소장' 캐릭터가 너무 일반명사처럼 된 점에 대한 아쉬움은 후술)

이 책을 통해 평소 깊게 생각하지 않던 다양한 주제를 문답형식으로 편안하고 흥미진진하게 접할 수 있었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작가 본인의 학창시절, 직장생활 이야기까지 포함시켜 딱딱함을 덜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점도, 다른 책들과 비교되는 큰 장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는 것보다 에피소드별로 천천히 음미해가며 읽는 것을 추천한다. (단, 재미있기에 한번 손에 잡으면 기본 4~5 에피소드는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 해 본 생각

1. 팀장과 소장간 문답이 오가며 이야기를 펼쳐가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나, 동시에 자칫 일률적인 흐름에 지겨움을 느낄 수도 있다. 팀장, 소장만을 문답의 당사자로 등장시키지 말고, 중간중간 여직원 S를 등장시켜 문답에 여성의 감성을 가미시킨다던지, 여성만이 질문할 수 있는 점을 추가한다던지, 때때로 팀장, 소장, 여직원 3자간 문답을 구성한다면, 단조로움이 덜해지고 입체적인 구성이 가능할 거 같다. (여성독자의 호응도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2. 사소한 문제이나, '팀장'과 '소장'이 유사하여 자칫 읽는 도중 혼동이 올 수 있다. 100페이지 이후에는 괜찮으나 초반 상당히 혼란스웠다. 여기에서 좀 더 확장하여, '소장'은 단순한 '소장'으로 불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페르소나인 '소장'을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강조하여 <작업론> 등 작가의 다른 작품을 아우르는 대표 인물로 그려낸다면 어떨까? 아멜리 노통브의 <살인자의 건강법>하면 '프레텍스타 타슈 선생'이 떠오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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