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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ㅣ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평점 :
멋진 작품을 만나면, 서평쓰기가 부담 된다. 책을 읽으며 느낀 감동과 재미를 짧은 글로 표현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뒤에 실린 에드가와 란포상 심사위원 '니시가미 신타'의 해설 일부를 인용하겠다. "안 좋은 말을 늘어놓는 해설은 읽는 적이 없으니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봤자 의심스럽다는 삐딱한, 아니 실례, 신중한 분도 계시겠지만, 정말이지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근래에 없는 뛰어난 논스톱 서스펜스 입니다. 만약 중간에 읽다가 멈출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얼굴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진짜 '환불 보장'을 내세워도 좋을 걸작이니까요."(p.404)
'읽다 중간에 멈출 수 있다면 얼굴한번 보고 싶다'는 표현, 마지막장을 넘기고 느꼈던 희열과 감동을 한마디로 표현해냈다. <그레이브 디거>는 흥미진진하다. 처음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을 읽고 느꼈던 충격을 다시한번 느꼈다고나 할까. 작품마다 어김없이 선보이는 탄탄한 구성과 땀을 쥐게하는 스릴, 정말 대단하다. 그럼 줄거리를 살펴보자.
각성제 판매상 '노자키 고헤이'는 거래과정에서 구매자 '곤도 다케시'를 살해하고, 우연히 지나가던 11명의 목격자가 이를 목격한다. 노자키는 체포되지만 강하게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자의 시체는 사라졌다가, '제3종 영구시체'의 모습으로 발견된다.
한명의 악당이 있다. 연예인을 꿈꾸는 소녀들을 사취해 돈을 뜯어내고, 성대모사로 유명인의 돈을 갈취하는, 파렴치한. 그는 어린시절부터 소년원을 들낙날락한 악당이지만, 본성자체가 악한 인간은 아니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른 이를 돕기위해 골수제공자가 된다. 그는 돈을 빌리기 위해 친구 시마나카집으로 갔다가, 정체불명의 이들에게 추격당한다.
'그레이브 디거'란 과연 무었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야기속 이자와 박사의 말(p.99)을 통해 알아보자. "영어로 '무덤을 파는 자'라는 뜻입니다. 마녀를 박해하는 분위기가 영국에 미칠 무렵에 이단 심문관들이 누군가에세 학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중략) 그 당시 사람들은 고문당해 죽은 자가 무덤에서 살아나서 자기를 죽인 자들한테 복수한 거라고 수군댔습니다. 그리고 이 부활한 사자를 '그레이브 디거'라 불렀답니다."
처음 이 전설이 실재하는 것인지 알았다. 하지만 그레리브 디거 전설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니며, 저자의 창작이라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기존의 전설을 차용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과 전설을 창조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 악당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야가미 도시히코'. 그가 정체불명이 사내들에게 추격당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함의 절정이다. 범죄로 뼈가 굵은 그와 끈질기게 추격하는 정체불명의 집단. 한편, 시마나카가 살해된 방법과 동일한 방법과 보이지 않는 불을 이용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데,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읽는내내, 고민했던 것이 있다. 과연 진정한 정의는 무었인지? 정말 사회를 좀 먹는 악당은 누구인지? 야가미 도시히코. 그는 악당이자, 파렴치한이고 한마디로 나쁜놈이다. 하지만 그가 밉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엔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한 선량한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가해진 학대와 전과자에 대한 차별속에서 선량한 마음은 꺼내질 수 없었던 것이다.
국회의원 '도모토 겐고'를 보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직 경찰관이자 지금은 국회의원인 도모토 겐고. 과연 그가 야가미보다 선량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을 위해 천인공로한 짓도 서슴치 않는 그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악이자, 진정 뿌리뽑아야 할 원흉이다. 이런 차원에서 난 니시카와의 행동을 이해한다. 비록 상관에게 툴툴대고 불성실해 보이던 그지만, 선을 가장한 악의 커다란 음모를 알고 당당히 맞서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전부 밝힐 수는 없지만, 사건의 진실로 접근해 가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여럿 밝혀진다. <그레이브 디거>, 여름철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렸다. 여름철 무더위를 책을 통해 날려버리고 싶다면, 주저하지 마시길...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보증한다.
* 일본 경찰청 내부의 구조와 권력투쟁에 대한 저자의 지식이 놀라웠다. <13계단>에서 선보인 일본 교정행정관련 묘사에 놀란 것과 유사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