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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 안개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현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미야베 미유키가 게임광인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임에 하도 몰두해 직원들에게 게임 금지령까지 받을 정도라 하니, 그녀의 게임사랑을 짐작할 만 하다. <ICO-안개의 성>은 그런 연장선상에서 탄생했다. 소니의 PS2 명품(?^^)게임 ICO를 소설화한 독특한 소설.
사실 게임을 소설화한다는 것은 해볼만한 시도이다. 게임의 기본설정이나 스토리라인이 소설의(특히 환타지 소설) 그것과 괘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소설화까지는 아니지만, 나 역시 게임의 스토리라인 속을 거니는 행복한 상상속에 빠져 지내던 때가 있었다. 슈퍼마리오, 원더보이, 구니스 같은 게임속 주인공이 되어 악당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해내는 상상을 하던….
사실 초반부에 이야기 몰입이 어려웠다. '안개의 성'이나 '뿔달린 아이'같은 독특한 설정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데, 이건 ICO란 게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데다, '미야베 미유키=사회파 추리소설'이란 공식을 깨버리는 설정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적응이 됐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이란 당연한 사실을 잠시 망각했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 책을 읽는데 ICO란 게임을 알 필요는 없다. 도리어 알지 못하는게 소설에만 몰입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뿔을 가진채 태어난 이코는 마을전설에 따라, 안개의 성에 제물로 바쳐지기 전까지 촌장내외에 의해 길려진다. 특히 촌장부인 '오네'는 이코를 특별한 애정으로 보살펴 준다. 한편, 이코의 친구인 토토는, 제물로 바쳐질 날만 기다리며 외딴성에 갖혀있는 이코의 처지를 안스러워 한다. 그는 함께 안개의 성으로 가고 싶어, 몰래 마을을 떠나 '금기의 산'으로 향한다. 곧 안개의 성으로 가게 될 이코를 먼저가서 기다리려 했던 것. 토토는 과연 '금기의 산'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 이코는 결국 안개의 성으로 길을 떠나고, 갖혀있던 '요르다'란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소설이 다양한 간접체험을 하게 해준다면 측면에서, 이코-안개의 성은 일단 긍정적이다. 읽는동안 어린시절 꿈꿔왔던 게임속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독특한 환타지적 설정도 괜찮았다. 하지만, 너무나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주인공과 여주인공이 힘을 합쳐 악을 물리치고 많은 이들을 구한다는-은 이야기 막판으로 갈수록 흥미를 반감시켰다.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왜냐 원작게임이 있는 상황에서 미야베 미유키가 게임 ICO의 기본설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저런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 '어? 이런 얘기가 아니었는데'라고, ICO제작자 분들을 난감하게 하지 않는 소설만 되게 하자며 열심히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결과는 어떨지 긴장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중)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코-안개의 성은 날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었다. 게임주인공이 되어 상상속에서나마 멋진 활약을 펼쳤던 잠깐 동안의 행복. 그 하나만으로도 <이코-안개의 성>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몇몇 아쉬움은 게임의 소설화라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결과라고 본다. 어린시절 게임속 주인공을 꿈꿨던 분들, 미야베 미유키의 색다른 소설을 접해 보고 싶으신 분들, <이코-안개의 성>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