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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lizabeth Gilbert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보고,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3개국을 여행한 그냥 여행기려니 했다. 하지만 '들어가는 말' 부터 그런 내 예상은 빗나갔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저자의 인생철학, 절절한 경험이 바탕이 된 멋진 인생지침서,행복지침서이다. 500페이지 가까운 이 책을 읽는내내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그녀...그것도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책을 읽으며 이런 기분이 든 건 처음이다.
저자는 이 책의 구성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즉, 108개의 염주알로 이루어져 있는 자파 말라(일종의 염주?)처럼 이야기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 책 전체의 내용 또한 인생의 균형을 찿으려는 내 노략에 관한 것이기에 책을 자파 말라처럼 구성하기로 결심하고, 내 사연을 108개의 염주알에 해당하는 108개 이야기로 나누었다. (중략) 각 나라마다 36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셈인데, 난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이 사실이 마음에 든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쓰고 있는 현재가 내 인생의 서른 여섯번째 해이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말중)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자.
욕실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한 여인. 그녀는 6년간의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낀다. 더 이상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음을, 둘사이 아이를 원하지 않음을 안 그녀는 결심을 한다. 모든걸 버리고 여행을 떠나기로...
[이탈리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나라마다 36개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풍물이 가득한 일반적인 여행기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처음 등장하는건 지오반니란 이탈리아 남자. 그는 바바리니 광장 게시판에 함께 공부를 할 영어원어민을 구한다는 전단을 붙였고, 저자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금욕적 삶을 갈구하던 그녀를 흔들리게 할 정도로 매력적인 지오반니. 그녀는 과연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런지.
그 후로 그녀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이탈리아를 느낀다. 인상적인 부분은 루카 스파게티의 생일파티 이야기(p.166)였다.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같은 그의 생일. 서로의 언어를 모르는 이들이 섞여 3개국어가 혼합된 감사기도. 이들은 알 수 없는 동질감에 감동한다.
[인도] 종교적 색채가 가득한 이 나라는 인생을 되돌아 보려는 그녀에겐 딱 어울리는 나라일지 모른다. 그녀는 명상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들다. (p.209) 그런 그녀는 서점위치를 설명하는 자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독일인 여성에게 화를 내고 부끄러워 한다. 알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힌 자신에 대한 반성. 명상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데, 여러직업을 전전하다 택사스에서 온 리처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명상을 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그녀와 함께 하는 그. 하지만 시간은 흘러 그는 오스틴으로 떠나고 한가지 결심을 한다.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 (p.287) 그녀는 결국 명상의 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런지.
[인도네시아] 그녀는 인도네시아 여행을 이렇게 말한다. '내 대책 없는 여행 역사상 최고봉"(p.322)이라고. 그녀는 환율은 어떤지, 어디로 가야할지, 체류기간 같은 기본적인 정보없이 인도네시아땅을 밟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새롭게 친해진 유데이 같은 친구와 함께 씩씩한 여행을 계속한다.
특별히 여행기라 생각하지 않으면 전혀 여행기란 생각이 안 들정도로 이국의 풍물이나, 자연환경등은 부각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저자가 만난 이들과 경험들이 잔잔하게 서술된다. 난 이런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괜한 감상에 휩슬려 저자가 받은 인상만을 답습하지 않고, 오히려 보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환상적이고 색다른 여행기...색다른 인생지침서를 읽고 싶다면 주저말고 선택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