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안의 알약
슈테피 폰 볼프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독일문학하면 어렵고 따분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원래 스타일이 그런지, 번역이 문제인지 몰라도. 하지만 릴리안의 알약은 이런 고정관념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중세유럽이라는 다소 생소한 시대를 배경으로 함에도, 이야기 전반을 휘어잡은 풍자와 위트덕에 한순간도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야기의 화자는 뭰첸베르크에 사는 18세 소녀 '릴리안 크네벨' 그녀는 금발머리결을 가지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마녀심판이 주로 빨간머리결과 사마귀를 가진 여성들에게 집중되기 때문. 이후 저자는 톡톡튀는 '릴리안 크네벨'의 시각에서 중세유럽의 사회상을 실랄하게 까발리고 웃음거리로 만든다. 특히 저자는 봉건영주의 횡포와 초야권문제, 뿌리깊은 여성차별과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을 집중적으로 풍자한다. 몇몇부분을 살펴보자.

프리첸하임 백작은 콘라드와 아말리에란 젊은이가 자기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하려 했다며, "너희는 나의 신민들로서 결혼식이 있을 때 내게 즉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결혼 첫날밤의 권리가 내게 있다는 걸 너희도 분명 알고 있을테지!"(p.58)라며, 즉시 결혼식을 치를 것을 명령한다. 그러고는 발정난 수컷처럼 음탕한 눈으로 계속 아말리에를 쳐다보고 온몸을 눈으로 쭉 훑어내려갔다. "자, 그럼 신부는 이제 나와 함께 갈까?"(p.60) 저자는 이 부분을 통해 백작의 추잡함과 초야권의 불합리함이 극명하게 부각시킨다. 하지만 저자는 프리첸하임 백작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백작의 장난꾸러기 아들 메를린은 테이블에 올랐다 떨어지며, 아버지의 바지를 힘껏 움켜잡았는데, 그곳은...음 바로 그곳이었다. 하하 '백작은 고통을 못 이겨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고, 메를린도 소리를 지르면서 아버지의 그곳을 더욱 꽉 붙잡았다. 백작은 귀찮은 벌레를 털어내듯 자신의 아들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메를린은 그럴수록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p.62) 푸하하^^ 난 메를린과 백작이 소리치는 모습이 머리속에 떠올라 도저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차별과 무차별적 마녀사냥문제는 사실 이 이야기의 핵심내용의 한축이라 할 정도이므로, 줄거리를 살펴보면서 이야기하는게 적절할거 같다. '베르트남' 그는 릴리안의 친구로 사형을 집행하는 형리이다. 집안대대로 사형집행자를 업으로 해온지라 그 역시도 그 일을 하고 있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에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초반 등장인물 소개에 치중하던 이야기는 아름다운 아네케의 사형집행을 계기로 발전된다. 아네케가 사형에 처해진 이유는 그녀가 마법의 약을 만드는 마녀란 것. 이에 대해 릴리안은 이렇게 분석한다. '저들은 신만이 모든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갖가지 약초의 효능을 잘 아는 누군가, 그것도 여자가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p.20) 아네케는 죽어가며 릴리안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고, 아네케는 체칠리에를 찿게 되는데......

체칠리에는 상당한 의학,화학지식을 가졌지만, 그 사실을 숨겨야만 했다. 잘못했다간 마녀로 몰리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릴리안은 체칠리에의 집에서 일하기로 하고, 둘은 억압된 세상에서 벗어나, 둘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한다. 그러다 비비아나 할머니에게 들은 마뿌리의 효능을 접목해 피임약을 발명하게 되는 두사람. 이들 앞엔 과연 어떤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독일문학이 따분하다는 고정념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마녀사냥, 봉건영주제등 중세유럽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는 유쾌한 이야기, 릴리안의 알약.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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