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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 지식과 교양을 디스플레이하다
고전연구회 사암 엮음 / 포럼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이의 서재를 구경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어떤 책이 있고,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서재를 보면 그 사람의 독서습관, 더 나아가 성격까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옛 선비들의 서재 30곳에 대한 이야기다. 일단 서재가 우리 조상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부터 살펴보자. "옛 선비들에게 서재는 한가하게 소일하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생활공간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한시도 멈출 수 없는 독서의 공간이었으며, 스스로를 묻는 사색의 공간이고, 동시에 벗과 어울리는 기쁨의 장소였습니다."(머리말 중) 그 당시는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여가활동도 없었고, 신분의 제약으로 선비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이 극히 제약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서재가 가지는 의미는 오늘날에 비해 훨신 컸으리라.
[이서구의 서재, 소완정] 이서구는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와 더불어 백탑파내지 북학파로 불린이로, 박지원의 문장론을 계승했다고 한다.(p.22) 이들의 우정을 다룬 다른책에서 접해서 그런지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의 서재는 '소완정'이다. 소완정의 의미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소(素)라는 한자는 흰 바탕의 편지나 책을 뜻하는데, 장서가로도 이름을 떨친 이서구는 서재에 가득 쌓인 책들을 완상(보고 즐김)한다는 뜻에서 '소완정'이라고 했던 듯하다"(p.27) 책을 사랑하고 쌓인 책을 바라보며 즐기는 이서구의 모습이 왠지 낮설지 않다.
[유성룡의 서재, 옥연서당] 옥연서당은 '옥의 깨끗함과 못의 맑음이 사대부가 귀하게 여겨야 할 도리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지닌채 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p.99)고 한다. 유성룡하면 떠오르는 것은 임진왜란, 이순신일 것이다. 말년 유성룡에게 출사의 뜻을 버리고 고향에서 은거하게 한것은 어쩌면 저런 외부적 고난일지도 모른다. 그는 옥연서당에 거처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임진왜란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낱낱이 기록한 '징비록'을 구상하고 저술했다(p.107).
[중려의 서재, 매헌] 매헌이란 이름은 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중려의 사람됨과 잘 어울렸다고 한다. 변계량이 매헌기에서 언급한 부분을 잠시 살펴보자. "중려는 사람됨이 강개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출중하다. 또한 시를 잘 짓고, 마음속은 한 점 먼지도 없이 깨끗하다. 청백한 사람 가운데서도 청백한 사람이다. 매헌이라는 서재 이름은 그의 사람됨과 너무나 잘 어울리지 않는가?"(p.176) 중려보다는 오히려 변계량이 더 잘 알려진 인물로 이후 서술도 변계량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중려와 변계량은 친구사이였다고 한다.
서재 30곳의 이야기를 한번에 접하려니, 생소한 한자이름이 몰려들어 멍하다. 이 책은 목적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부담없게 옛 선비들의 서재를 둘려 보는 것이리라, 독자들 중에는 깊이가 없고 수박겉핧기 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전공서적이 아니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편하게 선비들의 서재에 마실간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흥미롭고, 의외로 깊이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책과 서재에 대한 애정은 시대를 초월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들이 함께 했던 책들, 그들이 탄생시킨 책들…그 모든 것들이 오늘날 우리 정신의 원류가 되어 도도히 흐르고 있다. 부담없이 옛 선비들의 서재를 둘러보고 싶다면, 읽어 보시길.
* 개인적으로, 이와 유사하지만 5~10명 정도 선비들의 서재를 집중탐방하는 책도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그의 사상이나 활동상등도 깊이 있게 언급하고, 사진자료 같은 것도 풍부하게 추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