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정말 힘든 계절이다. 눅눅한 습기와 끈적끈적한 무더위, 어지간히 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손에 책을 잡고 있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더위를 책을 통해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 여름과 책의 관계는 역설 그 자체이다.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꽤 두툼한 분량이지만, 읽는내내 흥미진진했다. 초반부 중세분위기와 배경에 다소 이질감이 든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중세분위기나 배경은 차차 적응 되어, 곧 이야기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중세 케임브리지에서 네명의 아이들이 유괴, 살해된다. 사람들은 아무 근거없이 유대인들을 의심한다. 당시 사람들이 어떤 의심을 했는지 왕의 말을 통해 살펴보고 넘어가자. "유대인들은 부활절에 경첩으로 뚜껑을 달고 안쪽에는 못을 잔뜩 박은 커다란 통 속에 기독교도 아이를 최소한 한명씩 넣어서 고문해 죽인다며? 이제까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짓을 할 거라던데."(p.24) 이런상황에서 유괴,살해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아델리아,만수르,시몬등이 반웰 수도원에 파견된다. 앞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이들의 대활약상.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델리아'.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아델리아에 대해 살펴보자. 아델리아의 이름은 '베수니아 아델리아 라헬 오르테즈 아길라'로 해부학과 수사술에 정통한 여의사이다. 수도원장 제프리가 묘사하는 그녀의 모습을 살펴보자. '그녀는 작고 단정했다. 외투에 푹 싸여 거의 보이지도 않았지만 몸매도 단정했다. 피부도 훌륭했다. 북부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이따금 볼 수 있는 거무스레하면서도 숨털이 보송보송한 깨끗한 얼굴이었다.'(p.82)

이런 아델리아를 보며, 떠올린건 대장금이다. 생뚱맞게 뭔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난 확실한 아델리아에서 대장금의 이미지를 봤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 속에서, 특출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 의학관련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 단정한 외모등 공통점이 너무나 많다. 이런 아델리아는 수도원장 제프리의 비뇨기질환을 치료해 줌으로써 인정받게 되는데, 제프리의 성기에 풀을 삽입해 치료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다른 측면에서 서양의 중세 역시 여성들에 대한 억압이 심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 했다. '동료 남학생과 싸웠지만 아무도 남학생을 나무라지 않는 현실, 숲속을 홀로 거니는 아델리아를 위협하는 십자군기사'. 서양도 우리도 여성들에 대한 억압은 공통적이었단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아델리아는 수도원장 제프리를 치료해줌으로써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데...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꽤 두툼한 책이다. 이리저리 편집해 분권하지 않고 두툼한 멋진 책으로 출간해 준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끈적끈적한 무더위를 날려버리게 해준 죽음을연구하는 여인, 아델리아. 그녀의 또다른 활약상을 기대한다.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흥미진진하고 으시시한 이야기를 찿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을 손에 잡으시길...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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