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강의
이중텐 지음, 강주형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초한지>를 읽은지 얼마되지 않았다. <초한지>를 읽으며, 유래를 알지 못했던 몇몇 고사들의 유래도 알게 되었고, 영웅들의 전략과 대결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식의 얕음으로 인하여, <초한지>속에 담겨있는 교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문이었고, 내내 아쉬웠다. 여기 한권의 책이 있다. 중국의 고전열풍을 일으켰다는 이중텐교수의 <초한지 강의>. 이 책을 보는 순간, <초한지>를 읽으며 느꼈던 감동이 되살아났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했습니다. ~하고 말았습니다.' 식의 어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강의하는 교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은데,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고, 실제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해주었다.

처음 소개된 인물은 '한신'이다. 저자는 무려 4개의 장에서 한신의 삶과 공과, 죽음의 미스테리등을 입체적이고 다각적 분석한다. 한신은 한나라건국의 일등공신으로 뛰어난 전략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특히 배수진, 토사구팽, 젊을적 건달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 일화등은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건달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 일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보자. "무릎을 꿇었다고 겁쟁이라고 봐선 안 된다. 무릎을 꿇었을 때는 두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놀라서 간이 콩알만 해지고 정신이 멍해져서 털퍼덕 하고 무릎을 꿇는 경우다. 이런 사람은 겁쟁이이다. 다른 하나는 위로 뛰어오르기 위해 무릎을 는 경우다. 나중에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 무릎을 꿇는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영웅이다. 화가 치민다고 덥석 깨물고 죽어도 놓지 않는다면 게나 다름없다."(p.30) 중국의 역사학자 보양의 말이다. 젊을 적 한신의 선택이 과연 어떤 생각에서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마 그건 한신 자신만이 알 것이다. 한신이 정말 자기의 꿈을 위해 잠깐의 치욕을 견뎌낸 것이라면 그는 진정으로 위대한 사나이다.

한신 다음으론 초한지의 최종 승리자, 유방이 등장한다. 초한지를 읽으며 느꼈던 유방이란 인물은, 한마디로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건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항상 사람들이 바글거렸고 난 그 점에 주목했다. 인간관계의 중요성, 사람 사귐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고나 할까?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유방은 리더쉽에 정통했으며 지도자다운 소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재를 신뢰하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양질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한편, 은밀히 제어하고 통제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천하의 걸출한 인재들이 그의 주변에 몰려든 까닭입니다."(p.128)

이제 항우를 살펴보자. 초한지를 보면 항우는 놀라운 괴력의 소유자지만, 왠지 무식하고 부정적으로 그려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뭐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까'라며 이해하면서도 왠지 그에 대한 일방적 평가가 못마땅했다. 그런데, <초한지강의> 역시…. 저자는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이 항우는 영웅이요, 유방은 건달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유방도 영웅이라 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정반대의 관점이다. 중국에서 항우를 도리어 높게 평가했던 것일까? 약간 의문.

항우는 최후의 순간 오강의 강가에 홀로 남았을 때, 정장이 나룻배를 저으며 다가와 강동으로 몸을 피한뒤 재기를 노리라고 권하자, 이렇게 말한다. "됐다. 나를 믿고 따라 온 8천이나 되는 병사가 장렬하게 전사했는데 내가 어찌 돌아갈 수 있겠느냐? 설사 강동 사람들이 나를 가련히 여겨 왕 노릇을 허락한들 내 어찌 그들을 볼 면목이 있겠는가? 허나 수년간 동거동락하며 높은 공을 세운 오추마가 고통스럽게 죽을 생각을 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자네 이 말을 강동으로 데려다 주게."(p.140) 진정 사내대장부의 장렬한 최후이다.

이후 저자는 원앙, 소하, 조참, 장량, 진평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잘 몰랐던 인물을 깊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초한지 강의>는 이중텐교수의 명성을 확인한 중량감있는 책이다. <초한지>를 깊이 연구한 저자의 견해는 고전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하나만으로도 <초한지강의>는 꼭 한번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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