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하 밀리언셀러 클럽 43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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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스티븐 킹'의 이미지는 '흥미위주 소설을 쓰는 2류 작가'가 전부였다. 그의 작품을 한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던 내가, 어찌하여 저런 고정관념에 사로 잡혔는지 알 수 없지만, 고정관념의 힘은 대단했다.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를 읽었다. 충격적이었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이제야 접한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지금까지 접한 작가중 스티븐 킹처럼 자유롭고 기발한 착상과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재미와 연결해낸 자는 없었다. 안다. 지나친 찬사가 얼마나 역겹고 경박스러운지를......하지만 처음 느꼈던 감동과 흥분을 조금이나마 표현하려면, 오래동안 그를 2류작가라고 무시했던 마음의 빛을 청산하려면, 역겨움 경박스러움속으로 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노나' '비치 월드' '서바이벌 타입' '악수하지 않는 남자 이다.

[노나] 실존여부가 불분명한 미스테리한 존재인 노나.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며 수많은 사람을 살해한 '나'. 단편 '노나'의 가장 큰 매력은 화자인 내가 서술하는 사건이 지극히 불명확하다는데 있다. 노나가 과연 실존하는 인물인지, 그가 과연 사람을 살해한것이 실재 벌어진 사건이지 전혀 종잡을 수 없다. 심지어 그가 고백하는 험란한 성장과정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 저자는 이런 애매모호함속에서 이야기를 한층 미스터리하게 이끌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노나와 함께 사람들을 살해하고 도망다니는 부분은 그 자체로도 박진감 넘치는 스릴을 선사했다.)

난 무리 하지는 않을련다. 화자인 나의 성장기와 살해사건들은 전부 사실, 노나와 노나와 함게한 일들은 가상이라는 가장 무난한 해석. 화자가 어린시절 지하저장고에서  목격한 출산중인 어미쥐 이미지(p.154-155)에 좋아하던 베시의 이미지를 결합한 산물이 바로 '노나'란 존재라고 보는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음 부분을 살펴보자.

'나는 노나에게로 갔다. 내 삶에게로. 노나의 두 팔이 내 목을 끌어안았고 나도 그녀를 끌어 당겼다. 그리고 노나가 변하기 시작했다. 형체에 조금씩 잔물결이 일더니 밀랍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검고 커다란 눈은 작은 단춧구멍으로 바뀌었고 머리카락은 거친 갈색으로 변했다. 코는 짧아지고 콧구멍은 팽창했다. 그리고 몸이 한 덩어리로 뭉쳐지고 있었다. 나를 끌어 안고 있는 것은 쥐였다."사랑하나요? 사랑하나요? 사랑하나요? 쥐가 찍찍거렸다.'(p.167)

[비치 월드]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스티븐 킹의 범우주적 공상에 혀를 내두르며, 이런 작품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졌다. 하나의 공포영화를 보는듯한 기분도 들었는데, 왜 헐리우드가 그의 작품을 영화화 하는데 혈안이 되었는지 조금 알듯하다.

연방우주선 ASN29호가 하늘에서 추락해 모래만이 가득한 행성으로 떨어진다.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두명의 생존자중 한명인 '란드'는 점점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제야 사람들이 왜 스티븐 킹에 열광하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흥미에만 치우친 2류작가가 아니었다. 소설의 가장 원초적 욕구인 재미에 충실한 놀라운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스티븐 킹에 푹 빠질거만 같다. 그의 다른작품들도 하나씩 읽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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