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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죽음의 가면 ㅣ 기담문학 고딕총서 2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정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유치원시절 기억이 난다. 유치원선생님이 무서운 얘기를 해준다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섭고 끔찍해 뇌리에 강하게 남았었는데, 한참 뒤에야 그것이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임을 알게 되었다. 그 분이 대단한 이야기꾼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근 17년정도 지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는거 보면 신기하다.
'붉은 죽음의 가면'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으로 그의 놀라운 문학세계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뒷부분에 수록된 옮긴이의 글은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검은 고양이] 아마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 아닌가 한다. 한 인간이 원초적충동에 사로잡혀 가는지,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에 대한 섬찟한 묘사가 일품이다. 자기를 따른던 검은고양이 플루토의 눈알을 도려내고, 결국 죽인 '나'는 새로운 고양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 고양이 역시 눈알이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광기로 아내를 살해한 나는 아내를 지하실 벽에 발라 유기하는데... / 무서운 이야기를 해준답시고 이런 이야기를 유치원생에게 한 선생님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아이들이 전부 무서워하며 좋아했던 기억이...-_-
[M.발드마 사건의 진실] 상당히 흥미로웠던 단편이다. 죽음과 최면에 대한 실험을 하는 '나'는 다음 사실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첫째, 죽기 직전의 환자가 최면에 걸릴 수 있는지 둘째, 최면에 걸릴 수 있다면 죽기 직전 상태가 최면에 걸리는데 유리한지 불리한지 셋째, 최면 걸리면 죽음의 공격을 얼마나 오랫동안 막아낼 수 있는지. 그는 친구 죽음이 임박했던 발드마에게 자기계획을 이야기하고, 발드마는 실험에 동의한다. 그의 실험은 과연 어떻게 진행될런지?
[붉은 죽음의 가면] 표제작인 이 단편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온나라를 휩슨 전염병을 피해 외딴성에 은둔생활을 시작한 프로스페로왕자와 1000여명의 사람들. 성안에 모든것을 갖추어 놓고 즐기던 왕자는 가면무도회를 개최한다. 관능이 넘치는 가면무도회에 나타난 초대받지 않은 붉은 가면. 그의 정체는 무었일지. 이 작품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소름끼칠 정도로 잘 묘사되어 있다. 피하고 피해 성속으로 은둔하지만, 결국 끔직한 죽음의 그림자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 곳곳에 실려있는 멋진 삽화는 내용을 휠신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멋진 장정과 삽화...그리고 훌륭한 소설. 오늘날 독자가 요구하는 멋진 책의 삼박자를 전부 갖추었다. 고딕총서의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