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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1부 1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하소설 <토지>는 언제한번 꼭 읽어야 할 책이었다. 하지만 21권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에 기가죽어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초반 부분만 겨우 접한 상태다. 큰 마음먹고 <토지>를 구입하기 위해 여기저기 살펴보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만화 토지가 출간되었다는 사실.
만화 토지소식을 듣고 든 또다른 생각의 하나는, 바로 '원작자인 박경리선생님께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실까'하는 점이었다. 혹시나 불쾌하게 생각하시진 않을까 하는 걱정. 하지만 책 앞에 실린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많이 안심이 됐다. 원작의 뼈대를 갖추어 잘 그려지길 바라는 바램과 더불어 오세영작가님에게 신뢰를 보내고 격려해주시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등장인물들을 면면을 보면서, 오세영작가님은 우리 정서를 제대로 표현해 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학적이면서, 순박한 시골사람들의 모습, 병세 완연한 최치수의 모습, 고뇌하는 구천의 모습등, 고등학교때 공부하면서 떠올리던 인물들의 모습과 상당히 잘 어울렸다. 특히 서희의 모습은 정말 귀엽게 묘사되어 읽는 재미가 배가 되었다. 서희가 아버지인 최치수에게 문안하는 장면(p.30-31)에서는 교과서를 통해 읽던 기억이 불연듯 튀어나와 버렸다. 그 정도로 생생했다. 거의 망자수준인-_-최치수의 모습이 귀여운 서희의 모습과 대비되어 너무나 또렷하게 부각되었다.
시대가 조선말이다 보니, 일반 그림보다 훨신 어려웠을 것이다. 한복의 묘사와 전통가옥 묘사,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어리모양이나 여러가지. 하지만 저자는 어색함이 전혀 들지 않도록 잘 그려내었다. 특히 여성들의 치마저고리 묘사는 주름하나까지 제대로 표현됐다. 정말 놀랍다. 특히 귀녀와 서희와의 약간은 귀여운 대립이 부각되는 p.78이하 장면에 묘사를 보라. 놀랍지 않은가? 내용적으로 서희가 귀녀에게 침을 뱉고 팽팽한 눈싸움을 하는(p.85,86)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이 사건이 하나의 복선으로 작용할 거 같다. (아, 대하소설 토지를 읽지 않아 무척이나 궁금한데 알 수가 없네요)
만화토지를 읽으며, 대하소설 토지를 빨리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격이 13만원 가까이 되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한다고 생각하기에, 그것도 소장해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사려고 한다. 만화토지는 오랜 노력끝에 독자에게 선보인 훌륭한 작품이다. 나처럼 여러가지 핑계로 토지를 읽지 못한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초,중,고등학생들과, 바쁜 직장인들이 읽으면 아주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