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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마신유희>는 처음 읽는 시마다 소지의 작품이다. 예약구매를 통해 출간하자마자 구입했던 <점성술 살인사건>은 저자의 말만 딱 읽고 말았다. 주인공 미타라이 기요시도, 시마다 소지의 문체도 낯설어 조심조심 읽었는데, 강한 몰입력 덕에 저런 낯설음이 부정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신화적, 종교적, 마술적 트릭과 반전으로 독자에게 도전한다" 띠지에 적힌 홍보냄새 가득한 저 말은 단순한 홍보문구가 아니었다. 이 책을 가장 효과적이고 강렬하게 잘 표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마신유희> 전반에 깔려있는 종교적, 과학적 지식은 이 책의 품격을 한차원 높혀줬다. 특히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야훼와 모세의 이야기는 '로드니 라힘'의 시각으로 재해석되어 이야기의 한축이 된다.
한 부분을 인용한다. "야훼는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수호신이었지만 이집트 백성에게는 냉혹한 재앙이었으며 최강의 악마였다. 나일 강을 피의 강으로 바꾸고 이집트 전역에 이와 병원균을 보내었으며 백성을 병들게 하여 대량 학살했다. 끝내는 온 이집트의 어머니가 낳은 장남을 깡그리 죽였다. 히틀러를 능가한다."(p.320) 범인은 야훼를 통해 자기행동의 정당성을 구하려 하고, 합일화를 시도하는데, 이 부분은 읽는내내 날 고뇌에 빠지게 했다.
반전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반전을 보고 다시 맨처음으로 돌아와 읽으며, '그랬구나'하고 이해했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그럼 줄거리를 살펴보자.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뇌과학을 연구하는 미타라이 기요시. 그는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 '라드니 라힘'이란 사내를 만난다. 울란자핀이란 약물 부작용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그는 깨어나자 완전히 변모해 이상한 행동을 한다.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어떠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가 그린 그림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그린것으로 밝혀지고…그림의 비밀? 라드니 라힘의 성장배경은?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마신유희는 일반적인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색다른 점이 많다.
첫째, 주인공격인 '미타라이 기요시'는 한번도 이야기의 화자로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엔 상당이 혼란스러웠다. 뭐 이것 자체가 비판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가 돌아왔다!"라고 하기엔 비중이 상당히 미미했고, 캐릭터성도 약했다. 그리고 일개 대학교수인 그가 수사과정에 비중있게 참여한다는 것 역시 쉽게 납득 되지 않았다. 추천장? 독자가 품을 의문을 예상했는지 저자는 그가 수많은 추천장을 받았기 때문이라 설명하지만 깔끔하지는 않다.
둘째, 독자에게 사건전말에 대한 수많은 단서를 미리 던져준다. 이는 특히 다른 글씨체로 인쇄된 '라드니 라힘'의 독백을 통해 드러나는데, 위에서 잠시 이야기한 종교적 고뇌와 맞물려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주었고, 반전을 한층 빛이 나게 해주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컸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2장 이후 전개되는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이 지루해진 점이다. 전술된 부분에서 죽임을 당해야 할 대상은 이미 내 눈에 들어왔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이든.
셋째,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과학적,종교적 지식이 이야기 곳곳에 녹아있어 상당히 재미있었다. 저자는 이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단순히 하나의 소재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저 정도만으로도 엄청 대단한 일을 한거라 생각한다.
주제넘게 이상한 말을 주절주절 떠든거 같은데, 한마디로 대단한 작품이다. 몇몇 아쉬움은 일본미스터리에 있어 저자의 위치를 고려한 내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
* 이야기내내 팔과 다리가 절단된 몸체를 '동체'라고 표현하는데, 일본에서 그렇게 표현하는지는 몰라도 그냥 '몸체'라고 표현하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동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했습니다.
* 광개본 확실히 읽기 편하네요^^ 마치 양장본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좋아요. 그런데, 힘을 줘 누르면 본드로 붙인 부분이 갈라지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한번 해보려다 책 갈라질까봐 관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