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단편들!

암보스 문도스 ㅣ 밀리언셀러 클럽 6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암도스 문도스> 결코 유쾌한 작품은 아니다. 인간의 본성을 대놓고 드러내는 기리노 나쓰오의 글앞에서 독자는 결국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그녀의 단편을 접하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워낙 탄탄한 장편만을 봐와서 그런지 단편은 조금 어색하기도 했고, 이건 장편으로 늘려서 다시 써주었으면 하는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단 하나, 기리노 나쓰오는 최고라는 거. 결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거라는 거.

표제작인 [암보스 문도스]부터 살펴보자. 화자는 하마사키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전직 학교선생님이고 현재는 학원강사를 하고 있다. 암보스 문도스는 그녀가 한 소설가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며 시작된다. 이러한 이중구성은 잔학기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색다른 구성이라는 점에서 괜찮았다. 하마사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얼까?

신참교사인 하마사키를 학교교감 이케베는 자상하게 보살펴주고, 둘 사이에서는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하지만 이케베는 이미 가정을 이룬 몸. 이들의 사랑은 축복받을 수 없는 사랑이었던 것이다. 사유리라는 여학생이 등장한다. 악의로 가득찬 험담을 통해 교내에서 권력을 누리고 있는.../ 이케베와 하마사키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서로 다른사유로 휴가를 내고, 쿠바의 암보스 문도스란 호텔에서 사랑을 나누는데...어떤 일이 벌어질까?

[독동(毒童)] 이 작품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읽는 재미는 쏠쏠했으나, 기리노 나쓰오의 글로서는 이질감을 풍겼다. '한 아이(독동.독아이)를 울리고, 어떤말을 하게하면 그 아이와 같이 있는 사람이 죽게된다'는 설정. 마지막 밝혀지는 아이의 말과 죽음. 이러한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사랑의 섬] 가장 충격적인 작품. 노골적인 성묘사가 등장하는 부분이 있어, 여성독자들이 과연 이걸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회사 동료인 쓰루코, 요시에, 나오코는 여름휴가때 같이 해외로 여행가기로 하고, 상하이로 향한다. 색다른 첨흉술 마사지와 이국적인 풍물속에서 해방감을 만끽하는 그녀들은 고백게임을 하기로 하는데...그녀들의 고백은 과연 어떤걸일지? 그 충격적인 고백속으로 빠져 보시길.

[식림] [루비] [괴물들의 야회]도 놀라운 완결성과 재미를 보장한다. 가장 아쉬움이 남았던 단편은 [부도의 숲]. 몰입성이 가장 미미.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식림]. 마키의 심리묘사는 섬찟했다. 비정상인거 같은 그녀의 심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가 내면 깊은 곳에 숨겨둔 보편적 감정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