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삿갓 - 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이청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김삿갓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김삿갓의 삶을 중심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런 류의 소설을 아주 좋아한다.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거니와, 친근한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따분하지 않고 잘 읽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정수준의 재미역시 보장한다. 소설 김삿갓 역시 저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흥미롭게 읽었다.

처음 책장을 넘기면, 김삿갓은 아니나오고, 홍경래와 그 패거리가 등장한다. 바로 역사시간에 배운 '홍경래의 난'이 그려지는 것이다. 처음 난 왜 홍경래가 나와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이상한데...하면서 뭔가 이유가 있겠지하며 읽어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왜 홍경래가 등장했는지 알게되었다. 만약 홍경래의 난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김삿갓도 없었을 것이다. 왜? 없었다면, 김삿갓은 장원급제한 자기 능력대로 관직에 진출해 뜻을 펼쳤을 것이고, 굳이 방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김삿갓(김병연)의 할아버지는 김익순으로, 바로 홍경래의 난에 가담했던 인물이다. 결국 난은 진압되고 병연네 집안은 문중에서 내침을 당하는데, 멸족되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었다. 김삿갓은 바로 역적집안의 아들인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과거를 보게된 병연. 그런 병연은 아직 자기 집안내력을 모르고 있다. 그런데 이게 왠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시제는 바로 "논정가산충절사 탄김익순죄통우천"(가산군수 정시의 충성스런 죽음을 논하고, 하늘에 사무친 김익순의 죄를 탄하라"(p.55) 자기 할아버지를 비난하라는 것. 하지만 위에도 말했다싶이 병연은 집안내력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글을 짓고 장원급제를 한다. 그러나, 그는 역적집안의 자손. 벼슬길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기 할아버지를 욕한 배은망덕한 자손이 되었다.

그는 방황한다. 장원급제 했지만 뜻을 펼 수 없는 현실. 자기 할아버지를 욕되게 한 자기자신. 그는 인간이기에 방황했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부정해 버린 천하의 불효자식이 발 붙일 땅은 적어도 이 세상에는 없었다."(p.70) 산에 열심히 오르는 그의 처는 그에게 금강산에 가볼것을 청하고, 병연은 금강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금강산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건 남의 재물이나 터는 썪은 무리들. 하지만 그는 금강산에서 한 젊은이를 만나는데...그는 과연 김삿갓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사회에 의해 배척당하고 떠돌 수 밖에 없었다. 역적의 자손인 그를, 자기 할아버지를 비난해 장원급제한 그를, 세상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현실속에 좌절하고만 김삿갓을 비난한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란의 근본원인인 조선사회의 뿌리깊은 지역차별과 썩을대로 썩은 세도정치에 대항하지 않고 떠도는 삶으로 현실을 도피했다고 그를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당신이라면 그러한 현실에 대항할 수 있었겠는가? 아무도 그를 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는 사회의 피해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그의 안타까운 삶의 기록이다.

저자의 글은 다이나믹한 맛을 없지만, 담백하고 솔직하다. 차근차근 읽어가며 난 김삿갓의 삶의 괘적을 따라다녔다. 그의 험란한 인생사는 오늘날 약자들의 모습과 어울린다. 오랜만에 깊이있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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