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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7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어느덧 7편까지 오고 인물사전을 들쳐보던 손길이 적어졌다. 그만큼 등장인물에 대해 파악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반 인물사전 들쳐보던데 급급해하며 읽던것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다. 이젠 등장인물마다 우리 연애인들과 매치해보기까지 하니...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많이 깊어졌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7편-9편은 유난히 흥미로웠다.
처음 이야기는 시녀들간 눈에보이지 않는 갈등과 '오아''채운'이 연루된 절도사건이 축이다. 이야기속으로 들어가자. 영춘의 시녀인 '사기'는 견습시녀를 보내 계란을 쪄달라고 하고, 유서방댁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한다. 견습시녀 연화와 유서방댁의 엄청난 논쟁이 오가는데 정말 점입가경이다. "고대광실에 편안히 들어앉아 물이 오면 손이나 내밀고 밥이 오면 입이나 벌리는 너희들은 달걀이 그저 예사로운 물건으로 여기고 있다만 바깥세상의 시세를 알기나 하니? 달걀은 고사하고 어떤 해엔 풀뿌리조차 이어 대기 힘들때가 있단 말이다. (중략) 이러다간 원주인님들의 시중은 그만두고 너희들 두번째 주인들의 시중만 들어야 겠구나!"(p.12) 유서방댁은 집안에서 가만히 받아먹기만 하면서 매일 새로운 음식으로 바꾸어 대령하라는데 불만이 많은 것이다. 거기다 여기저기서 한가지 음식씩 말하면 다합치면 여남은가지나 되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 연화란 계집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연화의 대꾸를 들어보자. "누가 말마다 무얼 해 달랬다고 이렇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거에요? 아주머니를 여기 들어오게 한 건 아가씨들의 편의를 위해서이지 달리 그런줄 아세요?" 연화의 말은 유서방댁이 여기 있는게 그런일, 즉 아씨들의 음식수발을 하려고 있는거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연화는 돌아가서 사기에게 있는 말, 없는 말로 있던 일을 이야기하고, 사기는 노기탱천한다. 사기는 영춘의 식사시중을 마치기가 무섭게 견습시녀들을 이끌고 주방으로 달려가 호령하는데, "상자나 찬장안에 있는 찬거리들을 있는 대로 다 뒤져서 개한테 던져 줘. 아무도 먹을 것이 없게 말이야."(p.15) 이런 유서방댁에 대한 사기의 악감정은 뒤에 있을 '오아'(오아는 유서방댁의 딸임) 절도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오아는 어미에게 복령분을 조금 얻자 그것을 '방관'에게 주고 싶은 맘에 길을 나선다. 그러다 임지효의 아내를 만나게 되고, 임지효의 아내는 뭔가 쭈뼛거리는 오아를 최근 절도사건의 용의자로 의심하는데...임지효의 아내는 희봉에게 전말을 이야기하고, 희봉은 분부를 내린다. "그 어미년은 곤장 마흔대를 쳐서 다시는 중문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내쫓고 오아년은 곤장 마흔대를 쳐서 시골로 내려보내 팔아 버리든지 누구한테 주어 버리도록 해라."(p.19) 저 말을 들은 오아는 기겁해서 울음을 터트린다. 이럴수가. 사실 저 복령분은 채운이가 훔쳐다 가환에게 준것으로 우연히 오아한테까지 흘려왔을뿐 오아가 훔친것이 아니었다. 이 사실을 안 습인,평아,보옥은 오아를 걱정하고, 마음 ╂?보옥이 사건을 무마하기로 한다. 처음에 보옥에 대해서 안 좋은 이미지를 품어왔었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보옥이 좋아진다. 부잣집 도령의 우쭐한 모습이 아닌, 인간적이고 정이 많은 그의 모습 때문이다. 아무튼 유서방댁과 오아가 내침을 당하게 되어 좋아하던 사기는 보옥의 사건무마로 별일 없이 사건이 끝나자 아쉬움과 분노를 억지로 삼킨다.
분위기를 바꿔서 보옥의 신명나는 생일잔치 이야기를 해보자. 보옥은 습인과 밤에 벌일 주연에 대해 의논하는데, 딱부러진 습인은 벌써 돈을 조금씩 걷어 과일을 준비해 두었다. 시간이 흐르고 보옥은 문까지 걸어놓고 놀 준비를 하고, 놀 사람이 적다며 탐춘,대옥,보채까지도 불러 오는데, 집안 젊은 여인네들은 전부 모인듯하다. (시끌벅적한 놀이모습을 p.88그림을 보시길) 이들은 술을 마시고, 과일을 먹고, 주사위 던지기 놀이를 하는데, 무척이나 흥미롭다. 주사위놀이가 뭔가하면, 주사위를 던져 제비뽑을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이 제비를 뽑으면 그 제비에 써 있는 대로 하거나(예컨데,'동년배가 한잔, 같은 날에 난 사람이 한자,성이 같은 사람이 한잔을 들 것이다'하는 제비가 나오면 제비를 뽑을 사람과 실제 동년배,성이 같은사람,같은 날에 난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 써 있는 점괘대로 되리라고 믿는다. (탐춘은 좋은 낭군을 만날거라는 제비를 뽑고 얼굴을 붉힘) 시간가는줄 모르고 놀던 그들은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누워 잠을 잔다. 뒤늦게 일어난 방관은 자기가 보옥과 한침상에서 옆에 누워 잤음을 알고 얼굴을 붉히는데...얼굴을 붉히는 방관의 모습을 떠올리니 너무 귀엽다.
한바탕 즐거움 뒤에 평지풍파가 기다리고 있으니 문제의 근원은 바로 희봉의 남편인 '가련'. 희봉몰래 첩질을 한 것이다. 또 시작이군-_- 상대는 '우이저'로 시녀들에게 반드시 아씨로 부르게 하는등 그녀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어쩔줄을 모른다. 심지어 이런말까지 하는데..."남들은 우리 그 야차같은 년(희봉)을 반반하게 생겼다고 하지만, 지금 보니 임자(우이저)의 발치에도 못 가겠어."(p162) 조강지처를 야차라고 하고 첩질에만 한눈팔린 가련. 같은 남자로써 정말 부끄럽다. 그러던중 우연히 가련의 형 '가진'과 우이저의 동생 '우삼저' 넷이서 같이 술을 먹게 되는데 '우삼저'란 처자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우삼저는 술에 취하자 이런 말까지 한다. "저도 당신 부인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 언니를 홀려서 몰래 첩실로 들여앉혀 놓고는 훔쳐온 징이라고 두드리지도 못하고 있지요? (중략) (희봉이)조금이라도 야박스레 군다면 먼저 당신네 두 사람의 썩은 창자부터 꺼내 놓고 다시 그 몹쓸 년하고 사생결단을 할 거에요. 흥! 그러지 못한다면 전 우삼저가 아니란 말예요."(p.162) 허허. 정말 화끈하다.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왠지 파국으로 치닷는듯한 느낌.
우이저는 동생 삼저의 지나친 성격때문에 고민하다 가련에게 이런말을 꺼낸다. "가진 시아주머님과 상의를 해서 저 삼저를 어디 잘 아는 사람한테 주어 버리도록 하세요. 언제까지나 이렇게 놓아두는 건 방법이 아녜요. 그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게 되면 어떡하겠어요"(p.168) 그리하여 삼저의 혼인문제가 부각되고 가련은 여기저기 삼저의 남편감을 ?는데...그러던 그는 설반과 의형제인 유상련을 만나고 삼저이야기를 꺼내자 "전 워낙 절세미인한테 장가드는게 소원이었습니다. (중략) 두 분께서(가련과 설반) 마음대로 결정하십시오. 저는 그 처분에 따르겠습니다"(p.186)라며 혼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삼저에게 혼인의 정표로 원앙검을 준다. 한편 삼저역시 마음에 들어하며 하루빨리 상련이 돌아와 자신의 종신대사를 마무리져 주시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려고 했는지, 뜻밖에 일이 벌어진다. 상련의 약혼을 축하하던 보옥이 우씨네 집안 이야기를 하자, 상련은 이런 말을 한다. "에쿠. 일이 잘못됐군! 그 혼사는 절대로 치를 수가 없어! 자네네 동부댁에서야 돌사자 두개를 빼놓고는 더럽혀지지 않은 게 없으니까. 심지어는 고양이나 개까지도 깨끗하지 못하단 말이야. 난 그런 오쟁이를 지는 노릇은 하지 않겠네."(p.190) 한마디로 오삼저의 정절에 의심이 가기 때문에 혼인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럴수가..이런 사실을 알게 된 우삼저는 약혼정표로 받은 원앙검으로 자결한다. 아...이럴수가. 천하제일 미녀가 정절을 의심받고 파혼당해 자결하다니...하지만 우씨집안의 우환은 이게 끝이 아니니, 희봉의 서슬퍼런 악행이 기다리고 있음을 어이할까. 불쌍한 우이저, 우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