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 1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반야 마지막장을 넘기며 넘쳐오르는 만족감을 느꼈다. 국내문학의 한정된 소재선정에 늘 불만을 품어오던 난 이 책의 신선한 소재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에 빠져버렸다. 무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것부터 시작해서, 사신계란 흥미로운 설정, 반야의 놀라운 능력등 한순간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채정'과 '순정'이 있다. 이들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숙부네 집에서 얹혀살게 된다. 채정이 열여섯이 되던해 숙부는 벼슬 한자리를 하기위해 채정을 마흔살 영감의 후실로 시집보내려 한다. 가엾은 채정은 짐을 챙겨 도망가고, 흘러흘러 무녀 동매의 수양딸이 된다. 채정은 그 후 본명을 버리고 '유을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데, 유을해가 바로 '반야'의 어머니이다. 바로 동매와 유을해,반야 이 무녀3대가 이야기의 한 축이다. 반야는 '별님'이란 또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름하나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듯하여 별칭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그럼 이쯤에서 반야의 놀라운 능력을 엿보기로 하자.

한신(한신은 젊은시절 유을해와 서로 사랑의 감정을 나누던 사람)의 누이동생 영신이 행방불명되고 한신은 반야에게 행방을 수소문한다. "혼백의 유모였다는 여인을 방문 쪽에 앉힌 반야는 칠성 방울을 흔들어 흩어져 맴도는 혼백의 기를 모아 불러 들였다. 비로소 영신 아씨의 생전형상이 뚜렷이 보이는가 싶을 때 급작스런 공포가 반야를 엄습했다. 겁탈당할 위기에서 발생한 공포였다.'(p.82) 그렇다. 영신아씨는 몸종과 함께 누군가에게 욕을 당하고 살해 당한것이었다. 반야는 이것뿐만 아니라 시체가 숨겨진 곳까지 지목하는데...마치 범죄미스테리를 보는듯한 재미까지 있다.

이야기의 다른 한축은 '동마로'에서 비롯한다. 유을해에 의해 받아들여져, 반야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듬직한 동마로. 꽃님이가 자꾸 그를 '언니'라고 칭하는 바람에 처음엔 여성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잘 생긴 외모로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하는 남정네다. 동마로는 이야기의 핵심인 '사신계'에 투신한다. 사신계는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자유로우며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가꿀 권리가 있다.'라는 강령을 가졌으며 최고수장은 '사신총'이라 불린다.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었이고, 무었을 하는 자들일까?

고을 사또는 계속해서 반야를 불러들이고, 반야는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 계속 그러한 요구를 피해오던 반야지만, 집요한 사또의 청에 결국 사또에게로 가게된다. 사또는 신기(神氣)가 있는 자로, 사내셋 계집하나가 사또를 둥지삼고 있었다. 즉 귀신이 씌여있다. 사또는 의외로 이런말을 한다. "나는 네가 내 곁의 것들을 쫓지 않고도 내 심신에 내리는 통증을 없애 주기 바라고, 무기(신기) 또한 강하게 만들어 주기를 소망한다."(p.167) 씌여있는 귀신을 ?기보단 이용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일개 사또라 보기엔 간악하고 사특한 인물. 이야기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인물이 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반야. 그녀는 남장을 하고 길을 떠난다. 한신(사은재)로부터 '시현'이란 이름까지 받고서. '이제부터 반야의 본격적인 활약상을 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야는 한양에게 가장 큰 혜정원이란 객점에 잠깐 머무르게 되는데, 혜정원 주인 혜정은 그녀에게 자기 앞날을 봐달라고 한다. 그리고 복채를 꺼내는데...그녀가 가진 복채주머니는 반야의 할머니 '동매'가 가지고 있던것도 똑같았다. 이게 뭔 일일까? 그리고 혜정이 하는 말. '귀천도 없고, 남녀차별도 없는 신세계. 그 세상은 모든 사람의 목숨값이 같습니다 (중략) 그런세상을 들어 본적 있나요?(p.228) 동매가 죽어가면서 한 말하고 어찌도 저리 유사한지. 여기서 난 감을 잡았다. 동매와 혜정은 바로 '사신계'의 일원이 아닐까 하는 점, 그리고 그들은 표식으로 같은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는 점. 이런 인연으로 인해 반야도 사신계에 투신하게 될거 같다는 점. 계속 읽어나가며 내 추론이 맞는지 살펴봐야 겠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반야와 사신계의 관련은 곧 드러난다. 다음 서술을 보자. "반야가, 사신계가 기다리던 재목이거니와 예비되었던 계원이었음도 그 뒤 밝혀졌다. 반야의 양조모인 칠성부 오품 동매가 반야를 키웠더니와 칠성부 부령이 일찌감치 반야를 점찍고 반야가 자라 사신계로 ?아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인연이 되려 그랬던지 반야의 아우 동마로가 저 홀로 사신계로 ?아들어 계원이 되어 있기까지 했다.(p.239) 그랬군. 반야와 동마로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일본소설의 국내시장 점유률이 50%가 넘은데는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국내소설이 제한적인 소재만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이유가 있다고 본다. 반야는 그런점에서 한국문학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자유분방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속에서 난 무한한 흥미를 느꼈다. 멋진 이야기를 펼쳐보여준 송은일 작가님께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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