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이 사랑받는 이유는 소개의 댜양성과 자유분방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추리부터 가벼운 연애소설까지…생각지도 못한 소재로 독자를 즐겁게 하고 감동시키는 놀라움.

'굿모에비앙'이란, 제목이 도대체 뭔 뜻일까 궁금했다. 굿모에비앙은 'Good Morning Everyone!!'의 '야구'(야구는 등장인물 이름입니다.)식 발음이다. 이를 알고 어이 없으면서도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뭔가 심오한 뜻을 가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런거였다니. 강렬한 원색바탕에 등장인물로 추정되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표지역시 심상치 않다. (하쓰키의 엄마 아키가 뒷표지에, 밴드활동하는 야구의 모습이 앞페이지에, 주인공 하쓰키가 책장에 꽂으면 보이는 제목밑에…) 표지가 정말 예쁘지 않은가?

이야기는 15살인 하쓰키의 시각으로 진행된다.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의 화자인 경선의 냉소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시각과 꽤나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저 책을 읽어 본 분이라면 비교해 가면서 읽으셔도 괜찮을거 같다. "우리집 룰은 단 한가지야.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자 따라해봐"라는 하쓰키의 엄마 아키,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따라하는 하쓰키. 너무 귀엽지 않은가? 하쓰키는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조그만 소리로 웃기는 우리 집만의 룰을 따라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긴 했지만 우리 엄마는 뇌 상태가 좋지 않은것 같다'(p.13) 하하 정말 재미있는 가족이다.

가족이라, 하쓰키네 가족은 일반적인 가족과는 다르게, 아버지가 없다. 그럼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야구'는 누구란 말인가? 야구는 야구치를 줄여 부르는 애칭정도로, 하쓰키의 엄마 아키를 너무나 사랑하는 남자이다. 그래서 다른 남자의 자식인 하쓰키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친아빠이상의 남자다. 그렇다고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면 엄청난 오산. 그는 일정한 직업도 없이, 밴드활동이나 하며 아르바이트나 하며, 연상인 아키와의 결혼을 꿈꾸는 그냥 그런 남자이다. 뭔가 느낌이 오지 않는가? 저런 설정하나만으로도 웃음이 날거 같지 않는가?

<굿모에비앙>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은 따뜻해졌다. 하쓰키,아키,야구의 이상한 가족관계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비록 물질적으로 퐁요롭지 않아도…사회적 기준에 걸맞는 가족관계는 아닐지라도…당당하게, 즐겁게 살아가는 이들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저런 관계가 가능한 일본의 개방적인 결혼관, 사회분위기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났던 야구가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야구의 마라톤참가, 하쓰키의 친아버지 만나기 프로젝트 이야기는 상큼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이들이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가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는 크라이막스로 치달는다. 이들은 오스트레일리아는 겨울옷이 필요없다고 판단하고 벼룩시장에 전부 내다파는데, 한가지 잘못 생각한게 있었다. 무었일까? 하쓰키의 말을 들어보자. '그런데 그때 우리는 한가지 일에 몰두한 나머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내가 졸업할때까지 겨울이 한번 더 남아 있다는 것을 모두들 깜박하고 말았던 것이다.'(p.145) 하하 이 일을 어이할꼬. 정말 깜찍한 가족이다.

마지막에 야구가 아키를 속이고 깜짝 결혼식을 준비하는 부분은 참 멋졌다. 귀엽고 상큼한 이야기의 아름다운 결말…감동적이다. 마지막에 이들에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을 갔는지 여부는 확실하게 언급되지 않지만, 하쓰키에게 보내는 친구 도모짱의 편지를 통해 그들이 이민을 떠났으며, 꽤 성공적으로 정착했음을 알 수 있다. 난 이들이 이민가서 겪는 에피소드나 돌아와서 겪는 에피소드를 엮은 '굿모에비앙2'를 기대한다. 출간되지 않는다면 내 상상속에서라도…하쓰키,아키,야구가 펼쳐내는 이야기를 다시한번 듣고 싶기에…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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