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 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라...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은 이 책을 손에 잡게 했다. 그리고 내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일단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에는 박지원,이덕무,이수광,이익,정약용,홍길주,홍석주,허균등 한 시대를 풍미한 숱한 문장가들의 글과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 글과 이야기들은 그들이 지은 저술이나 문집에서 추려 낸 것입니다."

한마디로 옛 선인들의 '글쓰기,문장'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베울 점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한 두페이지 분량인 짧은 꼭지의 글을 소개하고 끝부분에 엮은이의 생각이 다른색 명암으로 들어가 있다. 짧은 글들이 모아져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특히 평소에 잘 알지 못하던 선인들의 글과 사상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인상적인 것인 최한기의 글이다. 최한기는 참된 문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참으로 문장이란, 나라에서 관리를 뽑는 선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마음속으로 깨달아 얻는 것이 넘치면 스스로 문장은 이루어진다. 이렇게 되면 애써 문장을 꾸미려고 하지 않아도 문장은 저절로 살아 움직이는 빛을 발하고, 일일이 항목을 나누지 않아도 사물의 이치가 넓고 밝게 통하게 된다' (p.22) 어느시대나 시험만을 위한 학문은 존재했나보다. 최한기는 과거만을 위하 학문을 비판하고 마음속으로 느끼는 학문을 강조한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최한기의 글을 곳곳에서 소개되는데,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마음의 편견을 버리라'는 이덕무의 글도 인상적이었다. '견문이 넓고 아는것이 많으면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열매를 맺지못하는 꽃과 같다. 어느새 떨어져버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을 쓰면서 널리 알지 못하는 것은 깊이가 없는 물과 같다. 어느새 말라버리지 않겠는가? (중략) 공정한 마음을 가져야 문장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말로 다툴 필요조차 없다' (p.67) 이덕무는 편견없는 공정한 마음을 가져야 올바른 문장을 알아낼 수 있다 한다. 오늘날 정치색 넘치고 권력에 아부하는 글을 양산하는자들에게 꼭 들려 주고 싶은 말이다.

적어두고 계속 읽고 싶은 글도 많고, 가슴에 와닿는 내용도 많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엮은이는 작은 꼭지의 글이 끝날때마다 엮은이의 생각을 한 두문장으로 언급하는데, 기대이하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을 중고등학생이라고 가정하고 쓴 것이면 모를까, 연애잡지에서나 볼 듯한 문장. 공감가지 않는 의견. 실망이다.

하지만 저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선인들의 숭고한 인식도 본받을만 했고, 사상도 새롭게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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