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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 전12권 세트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마다 자기만의 최고의 책이 있다고 한다. 감동과 흥미로 온 몸을 전율케하고, 인생을 바꿀수도 있는…난 아직까지 이런 책을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책들은 아주 짧은 동안만 내 안에 들어왔다 사라졌다. 그러던중 어떤 책을 보았다. 순간 난, 그 책이 내 최고의 책이 될거라고 확신했다. 그 책은 바로 <홍루몽>…더욱이 많은분의 도움으로 읽게 된 거라, 한장한장 더욱 소중히 아껴가며 읽었다.
추천의 글과 옮긴이인 '안의운'님의 '새 한국어판 발간에 부쳐'를 여러번 읽었다. <홍루몽>에 대해 제반지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본격적인 <홍루몽> 읽기에 앞서 전반적인 평이나 문학사적 가치를 조명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출판되었는지도 궁금했다. 역시 <홍루몽>은 대작이었다. 1977년부터 시작한 옮긴이의 번역작업과 청계출판사의 공로덕에 우리는 이런 명작을 만날 수 있었다. <홍루몽>은 1740년경 조설근이 쓴 80회분량의 '석두기'란 소설에 고악이 40회분량을 덧붙여 탄생한 것으로 중국 4대기서보다 더 높은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자. 그럼 <홍루몽>속으로 빠져보자!
이야기 초반부는 도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도사와 중이 등장하고, 기이한 옥이 말을 한다. 이런 신비스러움은 이야기 몰입에 있어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내겐 아주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고소지방 '호료묘'란 절 옆에 사는 '진사은'. 그는 신선같은 인물로 천성이 온화하고 벼슬에는 뜻이 없는 신선같은 인물이었다.(p.30) 또한 호로묘에 기숙하고 있는 가난한 선비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가우촌' 그는 원래 남부럽지 않은 문벌이었으나 때를 잘못만나 여기저기 떠돌고 있었다. 가우촌은 진사은의 도움으로 과거를 보러 떠나고, 영련은 보살피던 하인이 잠깐 한눈파는 사이 사라져 버리는데…이 부분은 등장인물인 가우촌,진사은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사와 중이 등장해 진사은의 외동딸 영련이 기구한 운명을 살게 될 것을 암시한다. 특히 가우촌이란 인물에 주목했다. 앞으로 상당히 비중있는 캐릭터가 될듯한 느낌.
다음장엔 가우촌이 과거급제해서 진사은의 장인인 봉숙이 있는 고장으로 부임하고, 순염어사 '임여해'와 그의 딸 대옥이 등장한다. 앞으로 이야기를 이끌 인물들을 소개하는 초반부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녕국부와 영국부의 일가가 등장하는 부분에선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옆에 노트를 펼쳐두고 인물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뒤부분 등장인물 사전을 참고해 가며 읽었다.
행방불명 됐던 영련은 어떤 살인사건의 원인을 제공하며 등장한다. 뚜쟁이가 풍연에게 영련을 팔고, 다시 명문가 무뢰한 설반에게 이중으로 팔아, 결국 설반은 영련을 손에 넣기 위해 풍연을 때려죽인다. 무뢰한 설반에게 팔린 영련의 운명을 어떻게 될까? 영련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하다. 어린시절의 유괴, 그 후 뚜쟁이에게 팔려다니는 신세. 그러나 더욱 가슴아픈건 그녀의 이 기구한 운명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가보옥이 경환선녀를 따라 태허환경을 노니는 부분에선 각종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시를 통해 이야기 하는데, 전체적인 이야기전개의 복선이 되는 부분이라 되세겨 읽었다. 여기에 나온 영련의 운명을 살펴보자. [한 송이 연꽃피어 향기롭더니/ 슬프도다, 한평생 기구한 운명/ 두 흙더미에 한 나무 생긴 뒤로는/ 연꽃은 죽고 혼만 울며 돌아가리라](p.147) 영련은 후에 향릉이라 이름을 바꾸는데, 설반의 본처에게 모진 학대를 받음을 암시하는 것이라 한다. 가엾은 영련…
그럼 2권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첫 이야기는 중심인물은 희봉이다. 희봉은 왕부인의 친정조카딸로 가부의 집안살림을 도맡는 매우 당당한 여성이다. 미모또한 아주 빼어나지만, 성격이 차갑고 모진면이 있다. 희봉의 저련 면모는 자기에게 흑심을 품은 가서를 죽게 만드는데서 잘 나타난다. 가서가 자기에게 음험한 마음을 품고 치근덕대자 그녀는 가서를 이리저리 농락한다.(똥구덩이에 빠지게 하고, 추위에 떨게 하고 하는등) 결국, 가서는 병을 시름시름 앓다 죽게 된다.
희봉,보옥이 철함사로 가는 부분에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한다. 특히 시골민가에 있는 물레를 보고 신기해 돌려보는 보옥에게 '돌려본다고 아무나 되는 줄 알아요? 내가 한번 자아서 보여줄테니!'(p.103) 쏘아붙이며 당당하게 물레를 돌려보이는 시골처녀. 그리고 진종과 지능의 애정행각. 이 부분에선 보옥의 천진난만함이나 활달한 성격이 잘 묘사되어 있고, 앞으로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됨을 은연중 드러낸다. 희봉은 여전히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가정의 생일을 맞아 축하연을 하고 있던, 녕국부,영국부집안에 육궁도태감 하수충이 ?아와서는 가정대감에게 황제께서 입궐하란다는 말을 전한다. 이는 바로 맏딸 원춘이 봉조궁상서로 봉해지고 현덕비로 삼는다는 것. 한편 아버지 임여해의 상을 치른 대옥과 희봉의 남편 가련이 돌아오고, 가련은 설반의 첩이 되버린 향릉(영련)에 대한 은근한 사모의 정을 비춘다. 이에 희봉은 '아아니, 소주,항주 같은데를 한번 다녀오셨으면 눈요기도 실컷 하셨으련만 아직도 성이 차지 않으세요? 그 계집애가 그처럼 마음에 드신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니 내가 우리집 평야와 바꿔 드릴까요? 그러면 만족하시겠어요?" (p.126) 라며 쏘아붙인다. 점점 등장인물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부각하고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되는데…그럼 이제 3권으로 가보자.
초반부엔 현숙한 습인과 음란스러운 다혼충의 부인이 대조된다. 아내야 어쨌건 술과 고기만 있으면 만사불문인 다혼충, 놀아나길 좋아하는 여인네. 예쁘장한 이 여인에 침흘리는 사람들. 가련역시 이 여인을 보고 몸이 달아 어린하인에게 다리를 놓아달라 부탁한다. 그런데 이 여인네는 타고날 적부터 남다른 점이 있었다 하니,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어떻게 된 셈인지 한번 몸이 사내의 살에 닿기만 하면 전신의 뼈와 살이 말랑말랑 녹아나서 남자에게 마치 폭신폭신한 솜 위에라도 누운것 같은 쾌감을 주는 것이었다.' (p.23) 이로부터 두사람은 칭칭 감기는 칡덩굴 같은 사이가 되었다. 아. 희봉이 알면 어찌하려고 저러는지. 내가 다 걱정이 되는 상황.
보옥의 등을 쳐주고 있던 채하를 보옥이 희롱하자, 평소 보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가환은 보옥의 얼굴에 촛농을 떨어뜨린다. 보옥을 기다리던 대옥은 보옥이 화상을 입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듣고 달려온다. 어찌된거냐며 묻는 그녀에게 자기가 실수해서 다친거라며 말하는 보옥. 그런던 중 보옥의 수양어멈인 마도파(도교절간에서 일하는 무당이라 함)가 보옥의 얼굴을 보고는 주술로 고쳐주겠다고 한다. 또한 희봉과 조씨를 이간질하여 희봉을 저주하도록 만드는데…희봉과 보옥은 어떻게 될까?
다시한번 이야기 하지만, 정말 대작이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면서도 난잡하지 않고, 수많은 에피소드가 잘 엮어져 한시도 눈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거기다 각각 인물들의 사랑,질투,우정 너무나 흥미롭다. 지금 눈여겨 보는 인물은 보옥, 희봉, 대옥, 영련인데 앞으로 이들이 어떠한 사건을 맞이하게 될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