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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전략'이란 말을 듣고, 신성한 독서에 왠 전략이 필요하냐고 목소리를 높이실 분도 계실 것이다. 사실 내가 만약 몇년전 저 말을 들었다면 같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영상매체가 넘쳐나고 바쁜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독서의 신성성을 강요하고 마냥 느긋하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건 무리다. 난 이 책을 보는 순간, 유레카를 외치던 아르키메데스처럼 "그래, 바로 이거야!"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책읽기 전략, 책을 좋아하는 내겐 꼭 한번은 정복해야할 주제였던 것이다.
저자는 처음 고정관념을 뒤집는 책읽기 전략을 소개하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어야한다??] '한군데 지나치게 오래 머물러 있는것은 좋지 못하다. 금세 지쳐서 다른 책을 붙잡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휙 둘러보고 나서, 한권,한권, 천천히 다시 음미해보는 게 좋다' (p.27)
저자의 말에 100%공감한다. 책을 읽다보면 중간에 잘 이해가 되지 않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면 일단 몇장 뒤로 돌아가 다시 읽는다. 그런데도 이해되지 않으면 일단 넘어간다. 그리고 뒷부분을 읽고 다시 읽으면 신기하게도 이해가 된다. 그런것 처럼 어떤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 부분만 잡고 있는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목적으로서의 책읽기와 수단으로서의 책읽기를 이야기한다.(p.43) 목적으로서의 책읽기'는 책읽는것 자체가 좋아 그 자체가 목적이자 즐거움임 경우다. '수단으로서의 책읽기'는 책속에 들어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요리를 베우려고 요리책을 보는것과 같이 말이다. 책의 다양하고 엄청난 역할에 비추어 볼 때 어떤 책읽기를 하든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친 책읽기는 문제가 아닐까?
책읽기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살펴본 저자는 이제 전략적인 책읽기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저자의 첫 조언은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작성하라]이다. 목록작성을 왜 해야하는가에 대해 '희망도서목록을 만드는 건, 특정분야의 의무적인 독서에만 머무르지 않고 무슨 책이든 열린 마음으로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기 위해서다'(p.69)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작가기준으로, 유명고전기준으로 목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읽고 난 뒤에는 별도 목록에 기록한다음, 간단한 서평을 꼭 쓴다. 처음엔 이러한 정리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둘 정리해 둔 독서기록이 나중에 큰 자산으로 남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년에 몇권을 읽는다는 거창한 계획보다는 하나하나 자기가 읽은 책을 정리하고 기록하는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지 않은가?
[책꽃이를 만들어 눈으로 확인하라] 20세기 이탈리아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고전의 대가인 이탈로 칼비노는 서재의 절반은 앞으로 읽을 책으로 채우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또한 '갑자기 생길 놀라운 일이나, 우연한 발견을 위해 빈 공간을 남겨두라'말도 잊지 않았다. (p.78) 수많은 책을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채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이런 나에게 저 말은 위안을 주었다^^ 책 사는 것도 하나의 중독이어서 아직 읽어야 하는 책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책이 나오면 기어이 사버리고 만다. 하지만 술먹으며 흥청망청 낭비하는것보다는 휠신 낫지 않는가? 스스로 자위하는 나.
저자는 독서효율을 높이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 중 한 방법으로 책에 메모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 원문보호주의자(책에 메모를 하지 않고 책 그대로로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과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p.166) 난 원문보호주의자이다. 책에다 끄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 쓰고 싶다면 노트나 다른 메모지에 쓰면 되지않을까 한다. 하지만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던 전략적 책읽기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한다. 처음 '바로 이 책이야'라며 좋아했던 내 기대는 과연 괜한것이 아니었다. 물론 저자의 견해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고, 도움이 되는것도 많았다. 이 책은 책읽기를 사랑하는 사람, 책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사람, 모두에게(사실상 전국민이^^) 필요한 필독서다. 이제 저자가 전략적 책읽기 방법대로 책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