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과 그의 시대
김창현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조선사에 비해 고려사는 덜 알려졌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 역시 고려사에 대해선 모르는게 많다. 하지만 신돈이란 인물에 대해선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KBS 역사스폐셜에서 신돈에 대해 방송한 걸 무척이나 놀라고 또 흥미롭게 봤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전자책 도서관을 둘러보다 <신돈과 그의 시대>라는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완독한 첫번째 전자책이 되었다. 사실 전자책 읽기를 많이 시도 했었는데, 번번히 좌절했다. 눈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전자책의 장점을 발견했다. 일단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닐 필요없이, 어디서나 인터넷 연결해서 읽을 수 있다. 또한 책갈피나 메모 기능도 좋았다.

저자는 이 책의 기본서술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신돈의 집권은 공민왕,최영,신돈의 삼각구도에서 이루어졌다. 권력의 화신인 공민왕은 왕권의 공고화를 위해 최영 혹은 신돈을 이용하였는데, 권력을 독점할 것인가, 공유 할것인가를 두고 갈등하였다. (중략) 이 책은 고려말 격동기를 헤쳐나간 신돈과 공민왕의 열정적인 삶의 이야기인데,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였다. 신돈이 정계에 등장하기 전에 어떠한 생활을 했는지는 베일에 쌓여있다. (중략) 나는 신돈의 집권전의 편린과 집권후의 행적을 분석해 그의 과거를 유추했다. 그러다보니 그가 집권하기 이전에 행적, 반야와 신돈.공민왕의 만남부분은 상상이 많이 가미되었음을 맑히며 양해를 구한다" (p.9)

그렇다. 사료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역사적 사실에만 입각해 글을 쓰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는 불가피하게 일정부분 상상력을 발휘한다. 난 오히려 이 점에서 이 책이 다른 역사서와는 다르게 한차원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본다. 저자의 유추는 허무맹랑한 소설적 상상이 아닌, 여러 사료에 근거한 합리적 상상이기에...

초반부는 몽골 원제국의 사실상 식민지로 자주권을 상실한 고려에 대한 이야기다. 티베트로 유배 당한 충숙왕, 몽골특수요원에게 암살된 충혜왕, 그리고 원으로 끌려간 수십만명의 우리처녀들...."고려가 원나라에 여인을 바치는 일을 '공녀'라 했는데, 많게는 1년에 두번, 적게는 2년에 한번 꼴이었다. 한번에 데려가는 여자의 수는 40~50명 정도였다. (중략) 공녀들 대부분은 저 먼 타향에서 고된 노동과 성적인 학대에 시달리며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 (p.61) 부모들은 딸을 지키기위해 조혼을 했으며 딸이 공녀로 뽑히자 그 어머니가 식음을 전폐하다 결국 목숨을 끊어버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우린, 역사시간에 몽골의 침략을 피해 자주성을 지킨 유일한 국가라 베웠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건 사실이 아니다.

공민왕. 그는 위기의 고려와 한민족을 구해낸 당당한 지도자였다. 그런 그에게 신하를 믿지 못하고 공신들을 마구 살해하는 잔인한 면이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고, 발기부전,동성애등 차마 믿기어려운 사실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신돈의 권력의 범위는 국무총리쯤으로 알았는데, 거의 왕권을 위임받은 수준이란걸 알고 놀랐다. 공민왕과 신돈사이 뭔가 알려지지 않은 사정이 있었던건 아닐까? 미스테리다 미스테리. 시종일관 흥미롭고 많은 생각을 하며 읽었다. E-Book으로 읽었지만, 종이책으로 사야겠다. 소장가치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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