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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찰 - 선비의 마음을 읽다
심경호 지음 / 한얼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메일이나 전화등 통신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벗에게 정성껏 쓴 편지를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 군대에서나 겨우 볼 수 있지 않아 싶다. 하지만 조선시대엔 편지가 의사소통의 중요수단이었다. 친교, 정보전달, 연애까지…. 이 시대의 편지는 당연히 오늘날보다 깊은 의미를 가졌다.
그렇다면 과연 '간찰'은 어떤 의미일까? '간찰'이란, '본래 주간과 목찰에 작성한 글이란 뜻으로, 넓게는 편지의 다른이름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전통시대 편지로써 원래의 형태나 필적을 그대로 남기고 있는것을 특별히 '간찰'이라 한정해 부르는 경향이 있다.(p.5)'라고 한다.
책에는 총 27편의 간찰이 수록되어 있다. 간찰마다마다 깊이 있는 선비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고, 옛 선인들의 친우관계, 교류등을 살피 수 있었다. 또한 간찰을 통해 인격을 고양하고 정을 나누던 선조들의 친근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인상깊게 봤던 부분을 소개한다.
윤휴가 이동규에게 시국을 우려하는 마음을 토로한 간찰부분에서, 윤휴가 말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옛날의 도리는 말을 적게 하는 것을 중하게 여겼다. 말이란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것인데 무었때문에 적게하려고 한 것이겠는가? 말할 만한 것을 말해야 하고, 말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하지 않아야 할뿐이다. 따라서 자신을 과시하는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고, 남을 헐뜯는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며, 진실이 아닌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고, 바르지 못한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한다. 말을 하는데 있어 이 네가지를 경계한다면 말을적게 하려고 기필하지 않아도 저절로 적게 하게끔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옛사람이 말하기를 "군자의 말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한다"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선한사람의 말은 적다"라고 하였다. 부득이한 경우에 말하는 것이 말을 적게 하게끔 되는 이유다. 나는 이 말을 외운지 오래인데도 늘 이에 부끄러운 점이 있기에 이 설을 써서 스스로 유념하여고 하였다.]
또한, 황현이 이건방에게 민족의 위기를 우려하여 보낸 간찰에는, 이건방이 답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는 부분이 나온다. 당시에는 간찰을 받으면 반드시 답장을 쓰는것이 예의였다고 한다.
[이달초 한통의 우편을 부쳤는데, 오래되어도 아직 답장을 받지 못하니 '서찰이 오면 결코 답장하지 않은 일이 없다'고 하신것도 역시 우수개 말을 하셨을 따름입니까?" 이 때문에 서글퍼지고 실망됩니다.]라고 하며 서운함을 토로한다. 그리고는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움에 따른 걱정과 불안함을 토로하는데, [온세상이 귀먹고 눈멀어서 마치 혼돈에 상태에 있는 듯 합니다. 가슴을 치고 미친듯 울부짓을 따름입니다] 라 한다. 이처럼 간찰을 통해 사회적인 울분과 안타까움을 절절한 목소리로 내고 있는 것이다.
옛 선인들의 간찰을 읽으며 조상들의 삶과 사상을 새롭게 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