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 책들 중 음악학 책들이 남아 있지만 

그것들 제외하면 거의 다 읽어가는 중이긴 하다. 그것들 제외를 하지 않으면, 영원의 문 앞에 ;;; 서 있는 듯한. 


그는 정말 어린 시절 천국을 살았구나, 확신하게 되는 대목들이 있었다. 

이 세계가 그 천국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다, 현세계는 오직 지옥을 생산하고 있다 (...) 이걸 진심으로 믿기 어려워하는 면모도 있다. 강렬한 행복을 체험했고 천국을 알았던 아이. 그 아이로 남아 있기. 정말 바로 이것이, 그의 철학을 이끈 에너지라는 실감이 나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렇게 계속 하고 계속 이 엄청난 글로 썼을까? 그 답의 일부는 바로 저기에.  



그런가 하면 

바슐라르도, 바슐라르는 아도르노와 비교하면 전혀 유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도 

곳곳에서 알게 한다. 나는 이 세계에서 천국을 알았음. 다시 그 천국을 불러오는 법을 네게 가르쳐주겠음......... 



천국. ;;;;; 하튼 아도르노가 너무 너무 어려운 말로, 압축적이고 변증법적이고 철학적인 언어로 

그가 알았던 천국으로서의 현세계, 말하는 걸 보고 나니까 

.......... 그 세계를 찾으러 나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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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 기념관이라고. 



아도르노는 좌파 답게 모두를 구조의 관점에서 본다. 전체. 부분. 매개. 

그래서 그에게는, 고통도 궁극적으로는 객관적인 (사회에서 오는) 것이다. 

이 취지에서 그가 하는 말들. 처음엔 바로 잘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정말? 정말 그래요? 

내가 알았던 그 고통이 그러니까 이 사회가 아니었다면....... (그렇군요...) 


개인의 재능도 사회의 것이다. 

작가가 창작을 할 때, 그의 주제에 담긴 "객관적" 요구를 이해할 때만 (그 요구에 "순종"하는 노력을 할 때만) 뛰어난 작품이 나온다. 

 



위와 같은 취지로 아주 심오하고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는) 날카로운 논의를 반복적으로 한다. 

나는 구조 반, 개인 반, 대충 그렇게도 볼 수 있지 않나 덜떨어진 쪽이었다가 올해 그의 책들 읽으면서 

서서히 그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 감화, 의식화되는 중이다. 고통의 "객관성"에 대해 그가 하던 말들은 .... 음 ;;;; 영원히 해결되지 않던 무엇을 마침내 해결해 준 느낌이기도 하다. 


만사의 객관성. 사회성. 

이것에 대한 철저하고 집요한 사유가 요청되지 않는지. 

그것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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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3-16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이 책은 아도르노가 한 권 내내, 페이지 1부터 쉼없이 멈춤 없이 가혹하게 

하이데거 비판하는 책. 하드커버는 저런 파란색 천표지였다.


벤야민은 그의 생애 어느 시기 동안 목표가 하이데거를 분쇄하라, "destroy Heidegger"였다고 한다. 

destroy Heidegger. 이렇게 말하는 책도 있었고 demolish Heidegger. 이쪽도 있었다. 

벤야민이 하려 했지만 못했던 일을 아도르노가 아주 열심히 하는데, 위의 책이 그 일에 전념하는 책. 

이 책과 별개로, 기타 목표와 병행하여 "destroy Heidegger"하는 다수 저술들이 있다. 


"destroy Heidegger"가 목표. 

이거 왜 그리 웃기던지. ㅍㅎㅎㅎㅎㅎ 현실웃음 터지던 대목. 

벤야민을 잘 모르고 하이데거는 전혀 모르는데 왜 웃겼는가. 

"destroy (           )" 괄호를 생각했기 때문인지 모름. 하이데거도 좋고 (어쨌든 상관없음 내게는, 그가 파괴되든 말든) 그런데 그에 보태어 (        )도 좀......... 이었던 건지 모른다. 




그런데 비판은 

아무리 그걸 잘 해도 

독자를 질리게 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얇은 책인데 (150 쪽 이하) 한 70 페이지 다음부터는 정말 다름 아니라 이게 "비판"이라는 그 이유로 읽기 고역이었던 거 같다. 비판은 강력하고 날카롭게, 그리고 짧게. 그래야 하는 건지 모른다. 아니면.......... ㅎㅎㅎㅎㅎㅎㅎ 그러니까 강력하고 날카롭지만 길고 반복적으로 비판이 요청되는 사례들도 있겠으니 그런 사례들에 대하여, 독자들을 질리게 하지 않으면서 네버엔딩 비판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생각을 해보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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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2-03-16 1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이데거가 철학적으로는 위대한 업적을 쌓은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적으로는 조금 졸열하다는 생각은 합니다.

몰리 2022-03-16 18:17   좋아요 1 | URL
이 책으로 보면 철학도 굉장히 후진적입니다!
아도르노가 이 책 말고도 여기저기서 낱낱이 탈탈 터는데, 아니 이 정도면destroy 끝난 거 아냐?

아니라고 ㅎㅎㅎㅎ 하더라고요. 그의 영향은 지속된다고.
왜 아니지?;;;;; 하는 중.

곰곰생각하는발 2022-03-16 2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은 생각이 안 나는데 하이데거가 나치 한테 그렇게 알랑방구를. 뭐, 어쩔 수 없이 나치를 선전했다기보다는 스스로 출세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더군요... 그래서 벤야민이나 아도르노가 싫어했을 겁니다.
 




더 이상 고국이 없는 이에게, 글쓰기가 집이 된다. 

"a place to live" 이 간단한 구절을 딱 맞게 어떻게 번역을 못하겠다. 


이 말 <미니마 모랄리아>가 출전인데 

이 책 전체에서 유일하게 진부한 문장... 같은 생각 했었다. 

유배자, 국외자, 망명자는 글쓰기로 도피하고, 망명하고. 늘 그랬던 거 아닌가. 



그런데 이 말에, 내가 몰랐던 깊은 뜻이 있었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든다. 

글쓰기의 결과는 물론이고 과정 모두가 나의 "집" "고국" "살 곳"을 찾는 노력이라는 것이. 

일찌감치 (중학생?) 저게 과연 그런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늦어도 대학원에서는, 네가 쓰는 모든 페이퍼가 너의 집이다, 네가 짓는 집 거의 전부를 너는 허물고 싶어질 것이고 허물 것이다.... 고 배웠다면. 그랬다면 더 경계하고 자각하고 탐색하면서 주제를 찾고 문장을 만들고 (...) 했을 거 같다. 


어떻게 지었는가. 이것이, 어떻게 살았는가가 되는. 

아도르노의 말에 글쓰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 전부가 동의할 것 같지는 않지만 

동의하고 공감하는 쪽이라면, 그의 말에 담긴 "글쓰기의 철학"이 그걸 자각할수록 글쓰기를 변화시킬 힘을 갖는 철학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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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관련 이미지를 구해 보려고 검색했더니 

같은 검색 결과의 스크린샷을 누가. 


맨 아래줄 오른쪽은 벤야민의 책을 들고 있는 아렌트다. 





아도르노가 어느 강의에서 

"운명"에 대하여 벤야민을 인용하는데, 벤야민에 따르면 "운명"이란 

"살아 있는 이들을 연결하는 죄/죄의식의 그물 (nexus of guilt among the living)"이라고. 


일주일 전쯤 봄. 

일주일 동안 최초의 충격은 옅어지고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엔 하... 속으로 한숨 쉬며 감탄했었다. 무슨 뜻인지 명확했다. 죄는 그걸 짓는 1인에 제한되지 않는다. 너의 죄는 나의 죄가 되고 너와 나는 묶인다. 죄의 그물이 너와 나를 엮는다 (.....) 

 

벤야민. 완전히 틀리겠다는 각오로 이론 하신 분. 


그런데 어쨌든, (이렇게 이해하는 게 옳든 아니든) 벤야민의 말을 기억하고 

죄의 그물을 명상하면서 아무 말 없이 불멍하는 시간이 있다면 좋겠다 생각한다. 

......... 너와 내가 살아온 시간을 생각하면서 말 없이 불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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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2-03-14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멍 좋아요x10! 특히 오늘 같은 날은...

몰리 2022-03-14 17:33   좋아요 2 | URL
정말 오늘 같은 날, 이런 저녁에 불멍하면서 걱정도 두려움도 죄도 사라지고 따뜻한 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극우세력 없는 ㅎㅎㅎㅎㅎㅎ 세계로 다음 날 나온;;;;;다면!

곰곰생각하는발 2022-03-14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벤야민 좋죠. 불멍도 좋고...

몰리 2022-03-14 18:38   좋아요 2 | URL
그러고 보니 벤야민과 불멍은 어울리는 조합인 듯요!
니체와 불멍, 아도르노와 불멍, 맑스와 불멍은 억지스럽.;;; 이들은 분리시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