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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는 후견인들 (주로 여성인. 전부 여성인?) 지원으로 생계 해결했던 

고등 백수다... 같은 얘기를 한국 남자 문인 누군가가 쓴 걸 본 것 같다. 책은 아니고 인터넷에서. 

봤을 수도 아닐 수도. 아 도대체 확실하다 자신할 기억은 있나 내게. 그런데, 그런 얘긴 당신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편지 쓸 수 있나, 그 편지들은 어떤 사람이 쓸 수 있는 편지들인가 생각해 본 다음에 그러고도 할 수 있으면 하도록 해. 같은 심정 되던 기억도 있다. 


바슐라르는 릴케도 자주 인용하고 

인용되는 릴케 구절들 모두 심오, 오묘하고 

릴케 구절에 붙이는 바슐라르의 짧은 읽기들도 다 탁월하다. 

바슐라르 때문에, 릴케 책들을 꽤 갖게 되었다. 갖게는 되었다. 


그런데 어쨌든 정도의 차이지 

릴케가 늘 고통스럽게 체험했다는, 가까운 사람과 나 사이 경계가 사라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 아닌가? 

인간조건 아닌가? 근묵자흑? 아님? 


고독의 가치를 찾아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도 있지 않나? 

위의 릴케 인용에서 말하는 "나의 집" "나의 길" 이걸 알고 찾으려면 꼭 필요한 게 고독 아닌가. 

(이상하게도 저런 말들은, 릴케라는 출전 표시가 있으면 심오해 보이는데 그 표시 없이 내가 말하면 

바로 자기계발서... 표절.....) 



*함영준 씨가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는 그들 동인들의 말은 

사실이래도 사실이 아니래도, 놀라운 말. 그들이 표나게 표방해온 가치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아 쓰려던 게 이게 아니었는데, 정말 연일 놀라운 사건사건사건, 말말말 이런 곳에 살고 있으니 

제정신이 아니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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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 나는 어느 책에서 

릴케가 결혼에 실패한 건 (결혼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건) 

릴케에게, 타인과 자신을 나누는 경계란 것이 존재하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 

같은 얘기 읽은 적 있다. 이것도 정확히 어떤 얘기였나 찾아보고 싶은데 누구의 어떤 책이었는지 

모르겠음. 카우프만이 여럿 쓴, '지성사'에 속하기엔 가벼운 잡담 에세이 모음 같은 책들 중 하나였나. 

책을 읽고 기록하는 법. 이것 중요하게 여겨지고 다뤄져야 하는 것 같다. 이것도 실은, 다들 

각자 알아서 한다고 하면서 거의 언제나 실패하다가, 최선이라 자신할 수 없는 방법에 정착한 다음에도 

버벅대는 일 아닌가. 나만 그러고 있나. 


어쨌든 대략 저런 얘기 읽으면서

릴케의 그랬다는 면모를, 가까운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에게 흡수됨. 이런 것으로 이해하며 공감함. 


이 점, 그 후로도 오래 여러 번 생각했다. 

오히려 어리고 젊을 때, 흡수되는 일 일어나지 않는데 

왜 나이 들고 난 이후, 그와 적대하거나 아니면 그에게 흡수되는가. 이거 혹시, 나만의 경험인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이런 게 멀리서 말로는 될지 몰라도 

가까운 사람에게선, 그가 가진 삶의 방식이나 생활 습관이나 가치나 신념 등이

'내 본성에 위배된다'면 바로 역해지는 일. 바로 밀고 그만 알고 싶어지는 일. 내겐 중년 이후 일어나기 시작한 일이다. 

저 사람은 나와 아주 다르고 다르게 살고 있다 : 이걸 전제로 대강 얕게 알고 지내기가 잘 안된다. 지나치게 밀착한(흡수) 다음 싫어하거나, 처음부터 싫어하거나. 이렇게 쓰고 보니 이러는 게 바로 '꼰대'인 것 같기도. 아니 그게, 그게 아닌데. ;; 아닙니다. 아니라고!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얘길 들어야 할 때, 전보다 훨씬 더 격렬히 반발함? 

그의 선택이 내가 보기에 절대 좋은 방식의 삶이 아닐 때, 그렇다고 판단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강한 타격 입음? 


같은 일들. 

(한숨) 릴케나 니체나 바슐라르나 그 외에도 여러 분들이 옹호했던 고독의 가치. 

옹호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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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시험이 있는 주엔 

해방감 비슷한 것 있다. 수업 준비가 힘든 게 아니라도, 없다면 확실히 느끼는 홀가분함. 

화요일 오전인 지금 그런 상태. 이런 때 놓치지 말고 집중해 글을 ;;; 써야 하는데 말입니다. 


식스핏언더의 수많은 명대사 중 

부당히 주목받지 못한 (어디서도 인용되는 걸 보지 못했다, 그 장면 클립도 본 적이 없고) 

불운의 명대사는, 브렌다가 네이트에게 "내가 너보다 30배는 똑똑해. (어디서 까불어)." 


교과목 개편을 해서 새 과목을 구상하고 가르쳐야 한다면 <식스핏언더 읽기>를 하고 

저 대사, 그 장면에도 집중한다면 어떨까는 생각 들었다. 우리 같이, 이 말에 있는 진실을 확대해 봅시다... 


며칠 동안 수시로 트위터 보면서 

계속 기억하기도 했다. 어떤 계정들은 

보고 있으면 구원이었음. 정말, 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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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 Okja Keller의 Comfort Woman. 

이 책에, 일본군에게 끔찍하게 살해된 위안부에 대한 대목이 있을 것이다. 

그런 대목이 하나가 아니고 여럿 있을 수도. 책을 지금 꺼내와 보니 밑줄이나 포스트잇 붙여둔 걸로 보면 거의 전부를 읽었는데, 한 대목만 빼고 아예 남은 기억이 없어서 다시 책을 다 읽어보아야 어떤 책인지, 무슨 얘길 하는지 알 수 있겠다.  


그 한 대목이 위안부의 살해인데 

음부에서 입까지 철사로 꿰고 빨래 걸듯이 걸었다. 잘 보라는 듯이. : 대략 이런 내용. (이것도 조금 틀린 기억일 수도. 책은 꺼내 왔으니 시간 나는 대로 조금씩 읽어보려고 한다). 


책 읽던 때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았고 그 시절 모든 기억이 감감한데 

저 대목은 (저렇게 기억하는)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읽으면 (특히 여자라면) 누구라도 잊을 수 없을 대목이었다. 


친분이 있는 남자를 이용해 자기를 믿는 어린 여자를 강간하게 함. 

이자혜(누군지 모르던 사람이었다)가 했다는 강간사주 포함해서 며칠 동안 트위터에서 보고 알게 되는 사건들, Comfort Woman 이 책에서 보고 잊을 수 없는 그 장면과 같이 생각하게 된다. 


아이고. 더 긴 얘기 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겠고, 

트위터에서 폭로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함. 너의(나의) 진실은 모두의 진실.






하여튼 지금의 한국같은 곳에선 분리주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하면 해방적. 

이성애자고 결혼하신 르귄 여사도, 마치 분리주의를 권하시는 것처럼 보인 적 있지 않나요. 아닌가요. 

어쨌든 83년 르귄 여사가 Mills College에서 했던 졸업식 축사, "왼손잡이 졸업식 축사"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만, 우리들의 나라에서 밤을 통과해 살아냄으로써만 거기 갈 수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그곳에서 죄수가 아니라, 정신병적 사회 체제에 합의하는 포로로서가 아니라, 원주민으로 살아가길 희망합니다. (....) 나는 여러분이 지배하겠다는 욕구도, 지배당하고 싶다는 욕구도 없이 살아가길 희망합니다. 실패하고 패배하고 고통과 어둠 속에 있을 때, 어둠이 여러분의 나라이며 거기선 어떤 전쟁도 일어나지 않고 어떤 전쟁의 승리도 없지만, 미래가 있는 그곳이 여러분의 나라임을 기억하길 희망합니다. 우리의 뿌리가 어둠에 있고 대지가 우리의 나라입니다." 


축사의 앞으로 가면 

여기서 우리는 "(미국의) 아들들과 딸들."  

그럼에도 딸들만을 향해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일. 


*번역은 (겨우 연설문에 불과함에도) 쉽지 않았던 글. 

원문이 여기 있습니다: http://www.ursulakleguin.com/LeftHandMillsCollege.html


**분리주의라기보단 

남자들이 (어떤 남자들이) 사라지게 하기. 굳이 이 쪽이 더 정확하겠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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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용 다이제스트판 <허클베리 핀>이 출전인 한 문장.  

"내겐 집이 없었다"고 헉은 쓴다. "I never had a home," Huck writes. 


이 문장 퀴즈에 내면, home 대신 house 쓰는 학생들 있다. 

그러면 안되는 이유, home과 house의 의미 차이에 대해 말하면서 

home은 감정적 애착의 대상, house는 물리적 대상. "I never had a house"라 말했다면 

헉은 부동산에 관심있는 소년이 됩니다. 헉과 부동산의 꿈.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얘기 하면 

(얘기 하는 나 자신, 조금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심 웃게 되는데) 학생들이 어처구니없어 하며 끌끌끌. 


그래도, 그런 것 있다. 웃기진 않지만 웃을 일이 있다면 웃게 되는 일. 

그래서, 끌끌끌.....  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되기도 함. 


Black Books의 명대사 하나가 그것이었다. "웃으면 좋습니다. 웃고 싶은데 웃기는 일이 없다면, 웃긴 일이 있다고 가정하세요. 그리고 웃으세요." 어떻게 이런 말로 웃길 수 있나 믿기지 않는 가운데 미친 듯 웃겼던 대사. Black Books, 여기에도 천재적인 무엇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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