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를 다시 빨아 버린 우리엄마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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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어떻게 빨래를 말리면 좋을까? 이 빨래하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연을 높이 날려서 그 연줄에 빨래를 주렁주렁 걸어 말린다. 비구름 위에 앉아있던 천둥번개 도깨비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신기해하면서 자기들도 빨아달라고 내려온다. 빨래라면 자신있는 엄마, 깨끗하게 빤 도깨비들을 연줄에 매달아 올려보내는데... .

이 그림책은 1991년에 출판된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에 이은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느꼈던 신선한 감동을 떠올리며 이 책을 펼쳤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이다. 도깨비를 처음 빤 것과 다시 빤 것과의 차이를 모르겠다. 작가는 커튼콜처럼 애독자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한 권을 더 만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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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 한밤중의 탐험 디오라마 찾기 그림책 1
야마가타 아케미 글 그림, 박숙경 옮김 / 한림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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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그림이 인상적. 볼록렌즈로 들여다본 것처럼 둥글게 휘어진 길 위에 조그맣고 새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서 있다. 눈앞에는 커다랗게 부풀려진 노오란 달! 아, 때는 밤이고 모험을 시작하려는 아기 고양이 이야기가 아닌가. 짐작이 맞았다. 모두 곯아떨어진 한밤중 아기 고양이 ‘까망이’가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온다. 어딜 가는 걸까? ... 화면 속의 사물들은 달리의 구부러진 시계처럼 이리저리 휘어지고 늘어지면서 제 마음대로 움직인다. 낮 동안 참았던 상상력이 마음껏 움직이는 시간이다. 물에 잠긴 부엌, 신기한 거울의 방, 마법에 걸린 것처럼 일렁이는 숲속..., 이런 탐험이라면 나이 불문하고 같이 하자고 끼어들고 싶다. 어린 아이들은 사물찾기 놀이책으로도 재미있을 듯. 작가의 배경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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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마밭의 공주님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5
마르그리트 헤이만스 그림, 안네미 헤이만스 글,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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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은 뒤 아빠와 남은 어린 두 딸의 이야기. 동화 속 장미공주 이야기와 함께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이 애잔하게 그려져 있다. 왕비가 죽고 난 뒤 높은 탑 속에서 살게 되는 장미공주, 그리고 엄마가 죽은 뒤 엄마의 방과 채마밭을 드나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어린 남매. 집과 채마밭 사이의 공간은 비밀스런 침묵과 은유로 가득 차 있다. 거대한 바람에 아빠도 날려와 모두 같이 채마밭에 지붕을 올리고 산다는 결말이 조금은 엉뚱하지만 그래도 슬픔 속에서 빠져나와 다시 행복해진다는 게 너무나도 다행스럽다. 엄마가 없어도 아이들은 이제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시종 나직나직한 목소리라, 아름답지만 조금 슬프게도 느껴지는 이야기. 읽을 때보다도 읽고 나서 계속 생각나는,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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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비룡소의 그림동화 130
클레어 A. 니볼라 글 그림, 김기택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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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쥐가 집을 떠나 숲으로 향하는 이 작은 모험을 보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 맞아!” 일상에서의 안락함 뒤편에는 늘 이런 두려움과 그에 맞먹는 호기심이 숨어 있지요. 미지의 것은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과 함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킵니다.

아기 쥐는 포근하고 안전한 집에서 나와 혼자 숲으로 걸어 들어가지요. 뒤로 멀어지는 평온한 마을을 돌아다보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걸어갑니다. 숲에 가까워지면서 바람이 불고 있네요. 그만 돌아갈까, 아기 쥐의 가슴이 마구 뜁니다. 저도 이런 적이 있지요.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저도 똑같이 가슴을 두근거리며 숲에 한 발 한 발 들여놓습니다. 그러다가 아기 쥐는 숲 속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 주저앉았어요. 기껏해야 새소리겠지만, 덕분에 아기 쥐는 보드라운 풀밭에 코를 박고 그 향기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멋진 하늘도 올려다볼 수 있었죠.

아기 쥐가 누워서 올려다보았던 이 하늘은 언젠가 저도 올려다보았던 하늘입니다. 낯선 산길을 무턱대고 올랐던 어느 날이 있었고 (한낮인데도 아무도 보이지 않던 그 길의 신비로움이라니!), 당장 다음의 한 순간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진공상태와도 같았던 순간들이 있었죠. 그 기억들이 이 그림책 속의 아기 쥐로 인해 생생히 되살아났습니다.

그림책을 덮고 한 번 눈을 감았다 뜨고는 “참 좋다” 되뇌었습니다. 어린 쥐가 두려움을 깨치고 숲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이야기 자체도 좋았지만, 일렁거리며 사락사락 바람소리를 내며 나를 그 속으로 잡아끌었던 그림들도 너무 매혹적이었지요. 정말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제목을 ‘숲으로’가 아닌 ‘숲 속에서’로 한 것은, 숲으로 떠났다는 사실보다도 숲 속에서 느꼈던 그 자유로운 순간의 느낌을 더 강조하고 싶어서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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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의자 비룡소의 그림동화 117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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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의자’는 무엇이든 신기한 것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아이들의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요술쟁이들이지요. 남비 하나를 갖고도 모자로, 물에 띄울 수 있는 배로, 새 둥지로, 깔고 앉는 의자로 변신시켜 갖고 놉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바꿔놓을 수 있지요. 아이들은 고무찰흙과도 같이 유연한 마음과 영혼으로 사물들의 이름을 그렇게 바꿔버립니다. 어른은 결코 끼어들지도, 알지도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지요.

클로드 부종은 그 아이들만의 세계를 ‘파란 의자’로 빗대어 그렸습니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지요. 강아지 두 마리가 사막을 걸어가다가 파란 의자 하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갖고 논다는 이야깁니다. 파란 의자는 타고가는 자동차가 되기도 하고 날아가는 비행기나 바다 위에서 출렁거리는 배가 되기도 합니다. 가게 놀이와 서커스 놀이의 소품이 되기도 하지요. 의자 하나만 있어도 하루종일 노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른을 상징하는 낙타가 나타나지요. 상상력 부재에 꽉 막힌 사고방식을 가진 이 낙타는 “의자는 앉으라고 있는 거야”라는 말 한마디로 재미있게 뛰어놀던 강아지들(아이들)의 세계를 깨뜨려버립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더 놀 수도 없게 의자 위에 떡 버티고 앉아버렸군요! 도무지 일어날 낌새도 보이질 않자 강아지들은 의자 곁을 떠나버립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세계에 동참하고 같이 뛰어놀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적어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상상력이 없는 데다 둔감하기까지 한 어른들을 야단치는, 이 귀여운 그림책을 통해서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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