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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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작가님의 <엄마 시리즈>를 무척 좋아합니다. 엄마와의 추억이야기, 함께 하는 여행이야기 모두에 깊이가 있고 사진이나 글들도 마음에 정겹게 다가와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엄마도 팬이세요. 그래서 태원준 작가님의 책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서 함께 읽곤 했답니다. 그런 작가님이 전격 추천한 책이라니, 당연 궁금할 수밖에요. 10년 넘게 홀로 여행하다가 좋은 것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 그 첫 스타트를 엄마, 이모와 함께 끊은 윤선영 저자. 그녀들이 선택한 여행지는 세상에, 무려 인도입니다. 저도 항상 동경만 하고 정작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다녀와서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는 여행지로 유명한 그 인도요.

 

저자가 엄마와 함께 여행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면서도 가슴 아픕니다. 열다섯, 집이 망하고 힘든 시간들을 견뎌낸 저자는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에 매료되어 오랜 시간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죠. 그 누구의 시선도 개의치 않고, 가난한 집 딸, 망한 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누구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낯선 여행지가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좋은 것을 보니 엄마가 생각났다고 해요.


엄마는 좋은 곳에 오빠와 나를 제일 먼저 데려갔고, 좋은 음식은 내 입에 먼저 넣어줬는데 나는 이렇게 혼자서만 좋은 것들을 만끽하고 있구나. <p6>

좋지 않은 형편에도 여행을 다니는 그녀를 친척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단 한 사람, 오직 엄마만은 그녀의 여행을 지지하고 응원해줍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떠나게 된 엄마와의, 아니 엄마와 이모와의 여행. 어디로 여행가고 싶으냐는 물음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인도라고 대답한 엄마는 그 곳에서 무엇을 찾고 싶으셨던 걸까요.

 

58세 박귀미 여사(엄마), 55세 박귀연 여사(이모)들과의 여행은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물론. 하지만 가족과의 여행은 바로 거기에 묘미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엄마는 손으로 카레를 떠먹는 딸내미의 등짝을 후려치며 밥투정을 하기도 하고, 기차에서 만난 모르는 인도여성-심지어 전날 딸내미와 멱살잡이까지 했는데 말이에요-과 함께 말은 통하지 않으면서 과일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집을 떠나왔음에도 마치 집인 것 마냥 숙소에서 빨래와 청소를 하며 여행을 즐깁니다. 이모는 캘커타의 이불빨래 널기 봉사 후 끙끙 앓기도 하고, 유명 유적지에 가서는 보지 않고 앉아있겠다며 어린아이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하며, 망고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한국보다 망고가 싸다는 이유로 망고를 무한흡입해서 얼굴이 퉁퉁 붓기도 해요.

 

태원준 작가님의 책에서도 그랬지만, 여행지에서의 엄마들은 왜 그렇게 꽃 같고, 귀여우신 건가요. 그리고 왜 그렇게 마음을 저리게 하는 건지. 사실 저는 책의 도입부분을 읽을 때부터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 엄마는 여행을 못해본 것도 아닌데 책 속 박귀미 여사가 꼭 우리 엄마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나는 언제 또 엄마랑 단 둘이 여행을 가볼 수 있을까, 애틋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라나시에서 갠지스 강을 물끄러며 바라보며 너는 이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서 좋았겠다-는 그 말에 또 눈물이 났습니다. 집이 망하고 엄마는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까요. 딸내미의 마음 고생도 만만치 않았겠지만, 자식들이 원하는대로 해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아는 엄마의 마음은, 그 속이 말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 엄마가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을 가서 미처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깨닫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감정들을 느끼는 그 과정이 너무 애달프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이제라도 엄마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엄마의 여행 후기가 실려 있습니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진 그 소회가, 참으로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엄마와 이모, 저자는 다시 한 번 함께 여행을 한 것 같아요. 이모가 필리핀 여행을 가려는 저자에게 자신도 데려가라며 생떼(?)를 쓰는 와중, 엄마에게서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거든요. -나도 데려가라- 그들의 필리핀 여행은 어땠을지, 부디 또 한 번 책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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