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세이를 읽다보면 가슴을 찌르르하게 만드는 부분을 종종 만난다. 우리 부모님이 그랬던 것도 아닌데, 이 대목에서 왜 눈물이. 아마도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모든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나조차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보다 아이들을 먼저 챙기게 된다. 요즘 아동학대 기사를 자주 접하는데, 그들은 과연 이런 마음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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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한 생활을 꿈꾸면서 휴대폰 만들기에도 저항하고, 이사를 하면서 오래된 장롱을 처분할 때에는 자신이 '파괴와 착취와 살육의 현장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저자.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설레임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다소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렇게 자신만의 '반자본주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다.

 

 

삶에는 일련의 스산함이 있어야 한다. 그 스산함은 우리가 헐벗은 상태로 태어났다는 사실에의 끝없는 상기가 아닌가 한다.

p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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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손해를 감수하는 일은 생각하면 하나의 일탈이다. 그것은 단 한 발자국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평균적 가치관에 저항하며 구축된, 다소 고독한 가치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그 한 발자국을 확보할 수 있는 자를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비록 한 발자국을 물러섰지만 그의 앞에는 몇 배나 더 넓은 영지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p 45

 

 

앗! 이 부분,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생각해본 적이 있는 내용이라 깜짝 놀랐다. 직장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그 순간에는 손해보는 것 같더라도 멀리 보면 오히려 이득이 되었던 경우도 더러 있었던 것 같다. 고집을 부려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다가 후회했던 경험도 있었다. 우선 내 것을 먼저 취하고 싶더라도, 마음을 일단 가라앉히고 물러설 수 있다면 물러서는 것.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마음에도 여유를 주고, 상대에게도 같은 편안함을 전달하는 일인 것 같다.

뭐, 늘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어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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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고생을 해보신 적이 없지요?

p 23

어른들이 간혹 말씀하시던 그 고생을, 나는 해본 적이 없다. 엄청 부자인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은 정성껏 나와 동생을 키워주셨고, 물질적으로 뭔가 크게 부족하다 여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큰 욕심 없이 이럭저럭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이리도 큰 일이었구나. 누군가는 오만가지 감정을 담아 뱉었을 그 말.

그 말이, 한겨울을 지나 봄의 한가운데 있는 내 마음을 차갑게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아 순간 몸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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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인문학 -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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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사책방 시리즈> 일곱 권 중 처음으로 선택한 도정일의 [만인의 인문학]. 그동안 이해하기 쉬운 인문학 책은 몇 권 읽어봤지만, 이렇게 인문학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고 '인문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해 고찰하게 해 준 책은 처음인 듯하다. 저자의 책은 '과연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하고, 그 물음은 저자가 다루는 모든 주제의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도출한 결론은, 인문학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특별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 하나하나가 바로 인문학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연결'의 기능이다. 어떤 사실 하나를 다른 일에 연결시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능력. 어쩌면 이것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 아닐까. 그 안에서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삶을 구성해나간다. 저자는 이를 '삶의 시학'이라 명명했는데, 삶의 시학은 '산다는 것의 예술'에 주목한다고 말한다. 예술을 하면서 사는 삶이 아닌 삶 자체를 예술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나의 삶이 다른 또 하나의 삶과 연결되면서 그 존재가 확장되고, 더불어 소통의 확장, 사랑의 확장을 이룩해낸다.

 

나는 여기에서 '문학'의 위대함을 발견했다. 사실 그 동안 옆지기나 다른 사람들이 '왜 소설을 읽느냐'라고 물으면 복잡한 나의 내면을 설명하기보다 그저 '재미있으니까'라는 말로 대신했는데, 존재의 확장-소통의 확장-사랑의 확장이라는 저자의 도식을 통해 비로소 문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깨달은 듯한 느낌이다. 사람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서 만약 자신이 이야기 속 사람이라면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할 지 생각해보게 된다. 직접적으로는 불가능한, '타인'이라는 존재가 되어보는 것이다. 역지사지의 실천을 책을 통해 행한다고 할까. 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보고, 그의 감정을 느껴보고 이해하는 것. 이런 과정들은 결국 '사랑의 확장'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저자가 왜 '만인의' 인문학을 주장하는 지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 인문학이란 학문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연구하는 분야가 아니다.

 

부산 사람들이 인문학이라는 화두를 손에 쥔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특별히 인간의 삶, 사람의 삶이 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삶의 경험을 표현하고,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할 실천의 방도들에 주목하는 일이다.

p186

 

결국 인문학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모든 것이 된다. 우리의 행복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나 권력, 명예 같은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의미'라는 것. 이 말이 참 인상적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나의 좋은 삶이 타인의 좋은 삶과 연결되고, 그 좋은 삶에 대한 가치 판단을 집단과 공유한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이 부분에서 특히 저자의 인간에 대한 희망, 따스한 시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들-감동, 환대, 여행, 문화, 행복, 소망, 패션, 평화 등-을 통해 인문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다방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이제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인간이 인간임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방식은 물론, 이 지구에 인간이 필요한 이유를. 사람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이유'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각각일 것이다. 부디 그 대답들이 가치있고 모두에게 좋은 것이기를. 만인에게 통용될 수 있는 인문학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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