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는 인간과 세상을 보는 완전히 다른 관점이 있었고, 그것은 경이롭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p 200

 

 

나도 얼마 전에 [논어]를 읽었지만 저자와 같이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저 그 유명하다는 공자의 말씀이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열심히 읽었고, 그 중 인상깊은 문장들을 몇 개 얻었을 뿐. 아직 도를 덜 닦은 탓인가. 한꺼번에는 못 읽더라도 하루에 몇 페이씩 [논어]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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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年 동안 땅 속에

씨앗으로 묻혀 있다

싹이 트는

식물을

나는 안다

 

 

꽃이 없다

천년 동안 땅 속에

꽃을 감췄다

몰래 言語를 피우는

꽃을, 나는 안다

 

[꽃 없는 꽃] p190

 

 

저자의 지기인 이영유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저자에게 '목숨 무게가 실린' 묵직한 시를 보낸다. 백년도 다 채우지 못하고 삶을 끝내는 인간에게 천년이란 얼마나 긴 시간인가. 죽음 앞에서 영겁의 세월을 떠올린 시인의 펜 끝을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해온다. 그 자신이 꽃 대신 언어를 피우는 꽃이 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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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t's me

p 161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여운계님이 소중한 반려를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 바바리코트를 입은 남자라 해서 변태를 만난 줄 알았더니, 이런! 이 일화를 가슴에 간직하던 저자에게 그 바바리맨님이 연락해온 적이 있다는 부분을 보니, 인연이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하긴 결혼생각이 없던 나도 옆지기를 만나 결혼하고 곰돌이들까지 낳았으니 인생이란 참 신기하다.

 

그런데 왜 연락해서 직접 만나지는 않으셨을까. 나라면 한 번은 만남을 가졌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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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을 오랜만에 다시 보다가 떠나버린 여인을 막연히 기다리는 젊은 경찰관의 독백이 마음에 다가왔다.

"실연당했을 때 나는 조깅을 한다. 그럼 수분이 모두 빠져나와 눈물이 더 이상 안 나온다."

p 132

 

 

이 부분을 읽는데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 만났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달리는 것은 커녕 가볍게 걷는 것도 안 하던 나였는데, 생전 처음으로 몇 날 며칠 공원을 뛰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그대로 땅으로 꺼져버릴 것만 같아서.

공지영님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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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이 별에서 인생이라든가 삶과 죽음이라는 숙명적인 이미지를 느끼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이 별이 인간의 한 생애와 맞먹는 76년이라는 독특한 주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핼리 혜성에 마음이 있다면 혜성은 다시 지구 가까이 돌아왔을 때 그가 76년 전에 보았던 인류의 대부분이 무덤 속에 누워 있고 그들의 낯선 후손이 저마다의 행복과 슬픔 속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광경을 고즈넉이 굽어볼 것이 아닌가.

p 105

 

 

이 대목 읽는데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고 울컥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무엇!!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 고독함. 적막감. 외로움. 쓸쓸함. 다음 번 핼리 혜성을 볼 수 있는 해는 2061년이라는데, 그 때즘 되면 아마도 나는 물론 나의 가까운 이들도 대부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자신을 보았던 사람들은 아무도 남지 않는 이 지구 위를 날아갈 핼리 혜성. 삶이란, 죽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면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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