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을 오랜만에 다시 보다가 떠나버린 여인을 막연히 기다리는 젊은 경찰관의 독백이 마음에 다가왔다.

"실연당했을 때 나는 조깅을 한다. 그럼 수분이 모두 빠져나와 눈물이 더 이상 안 나온다."

p 132

 

 

이 부분을 읽는데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 만났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달리는 것은 커녕 가볍게 걷는 것도 안 하던 나였는데, 생전 처음으로 몇 날 며칠 공원을 뛰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그대로 땅으로 꺼져버릴 것만 같아서.

공지영님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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