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걷기여행 - On Foot Guides 걷기여행 시리즈
프랭크 쿠즈니크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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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그 중에서도 프라하는 저의 로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여기도 로망, 저기도 로망이냐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그렇습니다. 제가 가고 싶어하는 곳은 모두 저의 로망인 거죠.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세요? 겨울의 홋카이도만큼이나 겨울의 프라하는, 저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의 로맨틱함을 가져다 줍니다. 그 로망의 시작은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눈 덮인 카를교. 그리고 겨울밤을 밝히는 반짝이는 불빛들. 저도 그 사진 속에서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으니 배경으로나마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제가 프라하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 뿐이지만, 떠나기에는 더없이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 여름에는 꼭! 프라하에 가자고 친구랑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프라하 걷기여행]이라고 해서 여타의 다른 여행에세이 같은 글을 기대하셨다면 조금, 읽기가 수월하지 않으실 수도 있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살살 감성을 어루만져주는 말랑말랑한 책이 아니라 지리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으니까요. 마치 지리 공부를 하는 것 같은 심정이었어요. 이 책에 수록된 지도는 지도 전문 제작팀이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해 디지털로 완성했다고 합니다. 건물들이 위치한 평면도를 스케치하고, 인위적으로 거리 너비를 확대한 후 항공 촬영으로 확보한 실사 사진을 이용해 평면 지도에 3차원 건물을 삽입, 각 건물의 세부 사항과 색을 추가하여 지도를 마무리한 거죠.  

이런 지도를 바탕으로 각 번호에 해당되는 설명이 책에 쓰여 있습니다. 지도를 따라가면서 그 곳에 무엇이 있을 지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책을 읽게 되는 겁니다. 어쩐지 어렵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저는 이 책의 색다른 매력에 그만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정말 프라하의 거리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만 같았거든요. 

[프라하 걷기여행]의 걷기 코스는 모두 12가지-요세포프, 카를교에서 구시가 광장까지, 구시가 광장에서 프라하 시민회관까지, 바츨라프 광장, 성 정문에서 말로스트란스카 역까지, 흐라드차니, 페트르진 언덕, 비셰흐라드 순회, 말라 스트라나, 캄파 공원에서 카를 광장까지, 플로렌스에서 바츨라프 광장까지, 국립극장에서 식물원까지-입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책을 읽어나갔는데요,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더라고요. 어떤 곳은 도시의 기원을, 또 다른 곳은 긴장을 풀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휴식처를, 혹은 역사의 상처를. 각 코스마다 지닌 특징이 무척 뚜렷해서 어느 한 곳이라도 놓치면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명이나 사람 이름, 문화재의 이름이 조금 어려워서 그렇지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나면 아마 뿌듯하실 거에요. 

저와 친구의 원래 계획은 이왕 체코까지 간 김에 프라하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까지 둘러보자는 거였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생각이 확 바뀌었습니다. 이 책을 지침서로 프라하를 둘러보려면 무리해서 하루에 두 코스씩 한다고 해도 적어도 6일, 최대 12일이 필요한 셈이니까요. 지금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아마 친구가 이 책을 읽어보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아웅, 여름까지 열심히 일하고 어서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벌써부터 살랑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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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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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입니다. 저는 긴다이치 코스케하면 일본 SMAP의 멤버 이나가키 고로가 생각나요. 제가 처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드라마로 접했을 때의 주인공이 바로 이나가키 고로였거든요. 새가 집을 지은 듯한 더벅머리에 어눌한 말투까지, 소설 안에서 묘사된 긴다이치 코스케는 고로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도 김전일처럼 평소에는 어벙한 모습이지만 사건이 터지고 작은 단서라도 손에 넣으면 실마리를 따라 끈질기게 사건을 추적하죠. 김전일이 항상 외치던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가 생각납니다. 저 <소년탐정 김전일> 팬이거든요. 홍홍. 

[삼수탑] 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여덟 번째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인 듯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 [삼수탑] 은 네 번의 드라마와 한 번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짐작되고도 남습니다. 삼수탑. 어떤 생각이 드세요? 삼수탑 중 '삼수'는 '三首'의 한자를 사용합니다. 즉, 세 개의 머리가 있는 탑이란 뜻이 될텐데요, 저도 처음에 제목의 뜻을 알고 오싹했지만 다행히(?) 실제 머리가 아니라 머리의 모양을 본 뜬 조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해요. 그 삼수탑을 둘러싸고 마침내, 또, 사건이 벌어집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미야모토 오토네. 어린시절 양친을 잃고 백부 (그러나 큰이모의 남편) 의 양녀가 되어 교양을 쌓아온 여성입니다. 어느 날 그녀 앞에 변호사가 나타나 먼 친척에 해당하는 사타케 겐조가 그녀를 백 억엔이라는 유산 상속자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단,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다카토 슌사쿠라는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얼마 후 백부의 회갑연에서 벌어진 잔혹한 세 건의 살인사건. 피해자 중에는 오토네의 정혼자로 알려진 다카토 슌사쿠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백 억엔이라는 유산을 둘러싼 피의 참극이 시작됩니다. 오토네와 슌사쿠의 결혼이 무산되었을 때는 겐조의 혈육들에게 재산이 분배된다는 사실이 공표된 후 친척들이 하나 둘, 끔찍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와중에 다카토 고로라는 남자와 연을 맺고 사건의 중심에 뛰어든 오토네. 이 작품은 그 오토네가 사건이 전개되던 시기부터 마무리 될 때까지 집필한 일기 (혹은 유서) 의 형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책으로 접한 것은 [팔묘촌] 이후 처음입니다. 기본적으로 탐정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시대물에도 흥미가 있어 꾸준히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요.  [삼수탑] 은 특별히 트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 전개는 흥미로운 편이에요. 연달아 사건이 터지고 과연 이 사건이 어떻게 정리되는가를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거든요.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진실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트릭이나 동기가 적합하다면 주인공이 비호감이라든가 단어 사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낮은 평가를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럭저럭 읽을만 했다'에 비해 조금 짜게 별점을 준 이유는 이 오토네에 대해 호감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종일관 존슨즈 베이비 로션의 모델인양 '맑고 바르고 아름답게'를 외치는 오토네는 그저 신파극의 주인공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초반에 오토네는 한 남성에게 겁탈을 당하는데 '아아'하며 탄식만 할 뿐 나중에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저 굴복하고 말아요. 입으로는 백부님과 친구들을 볼 면목이 없네 어쩌네 하면서도 말하는 것과는 달리 행동하는 그녀를 보면 어쩐지 정이 가지 않는다고 할까요. 오토네가 화자이고 극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녀가 작품의 전체를 총괄한다고 보아도 무방한 상황에서, 인물에 대한 비호감은 작품 평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토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쓰는 단어들도 눈에 걸리는 게 좀 있어서-핥듯이 쳐다보는 시선이라는 표현은 꽤 여러번 나와요-완전히 몰입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저의 이러한 소소한 이유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긴다이치 코스케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도 그리 크지 않았고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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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 꿈이 끝나는 거리 모중석 스릴러 클럽 26
트리베니언 지음, 정태원 옮김 / 비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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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작가 이름과 표지를 봤을 때는 '게임책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뒤따르는 선입관. 상처라도 입은 듯 한 쪽 손은 코트를 바싹 여미고, 한 쪽 손은 권총이 들린 채 늘어져 있는 남자와 따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한 회색의 풍경. 메마른 고독의 냄새만 풍겨나오면 어쩌나 하는 염려 아닌 염려. 표지만으로도 한숨이 포옥 나올 정도의 외로움이 느껴져 선뜻 책을 펼칠 수가 없었다. 고독을 풍기는 남자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를 만나기 싫은 때도 가끔은 있는 것이다. 결국은 한 탐정이 (혹은 형사가) 외투 깃을 꼭꼭 여미고 고독의 바람을 일으키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했다. 

라프왕트 (어쩐지 중국 사람 이름같다) 는 이제 53세를 맞는 메인의 경찰이다. 몬트리올의 프랑스계 지역과 영국계 지역의 경계선이 애매하게 되어 어느 쪽 언어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중간지대,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정착하는 곳, 노인과 패배자, 신세를 망친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는 곳, 메인. 그 곳에서는 꿈을 꾸는 것은 사치이고 작은 자존심을 지키는 것마저 굉장한 구경거리가 된다. 그런 메인에서 유일한 법의 집행자인 라프왕트는 오늘도 메인의 안전을 위해 순찰을 계속한다. 결혼 1년 만에 아내를 잃고, 총격전에서 얻은 부상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 유일한 즐거움은 친구들과 모여 피너클 게임을 하는 정도일까. 어느 밤, 젊은 이탈리아 남자가 칼에 찔려 살해되고 라프왕트는 젊은 신참내기 형사 거트먼과 빛바랜 메인의 역사를 다시 걷는다. 

굉장히 정적인 작품이다. 형사물임에도 범인을 뒤쫓는 숨가쁨, 스릴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라프왕트가 메인을 순찰하듯, 사건은 단서의 문을 열고 또 열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결되어 갈 뿐이다. 작가는 이탈리아 청년의 죽음을 전면에 내세운 채 피폐한 메인의 거리, 그 곳에서 숨 쉬는 매춘부, 포주, 음식점과 술집의 주인들의 삶을 하나하나 조명한다. 그 곳에서 라프왕트의 삶 또한 제외될 수 없다. 라프왕트가 다른 것은 그가 메인을 관할하고 순찰하는 경관이라는 것 뿐, 그의 삶 또한 메인에 얽매인 다른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고독이라는 병을 가슴 한 구석에 깊이 묻은 채 작은 설레임과 기쁨을 선사하는 존재가 다가오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약하디 약한 노인일 뿐이다.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늘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을 리 없는 딸들을 상상하는 그 누구보다 연약한 존재. 

메인의 유일한 무법자(?) 라프왕트와는 달리 교과서대로의 경찰의 삶을 실현하려는 거트먼과의 조합이 참 재미있다. 수습형사로서 라프왕트와 사건해결에 뛰어든 거트먼 또한 젊다고 해서 특유의 발랄함과 눈부신 젊음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그가 나이를 먹는다면 라프왕트같은 진중함과 무게감을 지니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매사에 신중하고 진지한 청년. 머리로는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똑바로 서 있지만 라프왕트와 함께 행동하면서 그 기준도 모호해진다. 그런 거트먼을 곁에서 지켜보는 라프왕트의 모습은 흡사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를 보는 듯 했다. 의외의 곳에서 간간히 웃음이 나올만큼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었다. 

이 작품의 강점은 역시 분위기다. '고독'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퇴폐'라는 단어만으로는 아우를 수 없는 거리 메인에서 그 메인을 닮아가는 남자 라프왕트는 나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그것을 연민이라고 불러야 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상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행복을 비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결국에는 범인이 드러나지만 앞쪽에서 풍기던 분위기가 뒤쪽에서 드러난 사건의 전모와 그리 잘 어울리지 않아 그 점이 약간은 아쉽다. 엄청난 걸작이 평범한 작품으로 돌아가버린 듯한 느낌.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가장 완벽한 느와르라는 평가에 대해 불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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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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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드디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을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다지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처음 도전! 하던 그 마음을 유지하기가 참 힘든 책입니다, 이 작품. 세계문학은 늘 마음 한 켠에 약간의 부담을 가지고 첫 페이지를 펼치게 되는데, 일본어 전공자라 그런지 일본의 세계문학은 좀 수월한 편이었어요. 도전! 할 때도 그렇고 작품을 계속 읽어내려갈 때도요. 그런데 이 녀석은 작품의 분위기와 주인공에 대한 몰입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숱한 자살미수를 거쳐 결국에는 자살에 성공한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일까요.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의 늪으로 자꾸만 끌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마지막까지 읽어낸 저 자신에게 기특하다 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토닥토닥. 

작품은 알만한 분은 다 아시는 -나는 그 남자의 사진을 세 장, 본 적이 있다-로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의 모습에서조차 어린아이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없는 남자. 유복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인간관계를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그, 인간이 가진 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던 그는 '인간에 대한 마지막 구애'로 광대짓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마음과는 정반대로 타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살아가게 되는 삶.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정상적인 유년시절을 보낸 그의 인생은, 그러나 가족들과 떨어져 학창시절을 보내는 동안 철저히 파괴되고 이것이 정말 인간의 삶인가 싶을 정도의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저는 작품을 읽을 때 묘사와 문장도 꼼꼼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감정이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고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자신이 마치 등장인물이 된 것마냥 상황에 하나하나 반응하게 되는지요. 그런 감정이입이 없으면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작품 전체도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한 거겠죠. 저에게는 이 작품이 그랬어요. 아무리 유명하고 가치있는 세계문학이라고는 해도 저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어째서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는가, 그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뭔가 해보고자 하는 의지, 어떻게든 풍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저 또한 충만하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가 결여된 한 인간이, 그저 인간 세상의 이치를 잘 깨닫지 못하겠고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자신의 삶을 내던져버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요. 그것을 과연 젊은이의 순수-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제가 너무 좁은 범위 안에서만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주인공의 감정에 물음표가 떠오르자 몰입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으니까요. 전 이번에는 다 읽은 것만으로 만족할래요. 다른 책들처럼, 이 작품도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눌러담아 책장에 고이 꽂아두겠습니다. 참, 이 작품 안에는 <인간실격> 외에도 <물고기비늘 옷>, <로마네스크>, <새잎 돋은 벚나무와 마술 휘파람>, <개 이야기>, <화폐> 도 같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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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혁신학교에 간다 - 대한민국 희망교육
경태영 지음 / 맘에드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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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혁신학교에 관한 내용들이 궁금했다. 같은 교무실에 계시는 선생님 한 분은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셔서 나름대로 계획서도 만드시고 이리저리 연수도 들으러 다니시다가 결국 올해 혁신학교로 발령이 나셨다. 어찌어찌하다가 연수도 챙기지 못하고 혁신학교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자료도 미비한 나는, 인터넷을 통해 혁신학교에 대한 정보들을 얻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그 양이 적기도 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찾지 못해 마음 속 발을 동동 구르며 올 한 해는 또 어떤 수업과 학급경영을 해야 하나 걱정만 가득 안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이 책. 사실 책을 받아들었을 때조차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혁신 :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함+학교 : 일정한 목적,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일정한 목적,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의미. 책의 첫머리에 나와있는 혁신학교의 정의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인권이 무시된 채 좋은 성적을 거두어 높은 평가를 받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을 최대 목표로 삼게 된 공교육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외면으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아무리 변명하고 무시하려 해도 그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이제 그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대책이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 시작한다. 경기도교육청은 2009년 9월 13개 학교에 이어 2010년 3월 2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여 이미 운영중이고 2011년에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며 서울시교육청도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30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지와 화합, 문제의식 공유와 실천을 강조하는 혁신학교 7곳의 사례가 실려있다. 국어 시간에는 연극을, 음악시간에는 영어뮤지컬을 배우며 건강한 심성을 기를 수 있는 조현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생태체험학습에 도우미교사로 참여하고 아빠와 함께하는 학교캠프가 있는 서정초등학교, 학생들이 음악과 춤, 극 등을 선택해 다양한 예술장르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남한산초등학교, 친구 사랑의 날과 등굣길 하이파이브가 인상적이었던 장곡중학교, 지역 네트워크 활용이 돋보이던 덕양중학교, 해외통합기행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이우학교, 교장선생님에게 보낸 친근한 문자가 인상적인 흥덕고등학교. 초중고에 따라 교육과정은 각각이었지만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암기위주의 공부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생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볼 수 있는 기회부여, 학생과 교사의 열린 소통, 지역사회와의 연계,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인상적인 학교들이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이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학교 가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서는 우려가 없지 않다. 모든 학교들이 혁신학교가 아닌 지금,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암기식 공부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학습을 행해온 아이들이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가진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생기는 괴리감과 그로 인해 불거져 나올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또한 혁신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소외감 등은 어떻게 하나. 실제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혁신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사를 다니고,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에는 전학생을 받지 않겠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고 하니 교육적으로 거두는 성공 외에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가 변하기 위해서는 수업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고 그 안의 구성원들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실제와 맞지 않는 대학입시체제도. 공교육은 더 이상 입시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고 삶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혁신학교는 그 방법의 일환이다.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참여와 소통으로 아이들과의 미래를 꿈꾸는 학교, 그 곳이 바로 혁신학교의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또 새로운 학년을 맞을 준비를 하는 학부모와 교사가 읽는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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